
파리 일정은 명소 수보다 묶음이 먼저예요
파리는 볼거리가 워낙 많아서 짧은 일정에서는 어디를 뺄지부터 고민하게 돼요. 그런데 실제로 일정을 어긋나게 만드는 건 명소의 수가 아니라 이동이에요. 서쪽의 에펠탑과 동쪽의 마레 지구를 같은 오전에 넣으면 하루의 절반이 지하철 안에서 지나가요. 그래서 파리 코스는 무엇을 볼지보다 어디끼리 붙어 있는지를 먼저 보는 편이 훨씬 편해요.
짧은 일정에서 자주 쓰이는 묶음은 크게 세 가지예요. 몽마르트와 에펠탑처럼 분위기에서 야경으로 잇는 첫날 묶음, 루브르에서 개선문까지 한 직선으로 이어지는 둘째 날 묶음, 그리고 노트르담과 마레 지구처럼 걸어서 오갈 수 있는 마무리 묶음이에요. 이 세 묶음만 기억해도 2박 3일의 뼈대는 거의 완성돼요.
첫날은 분위기에서 야경으로 흐르게
도착 첫날은 집중력이 필요한 실내 관람보다 동네를 걷는 쪽이 부담이 적어요. 몽마르트 언덕에서 시작하면 파리 특유의 골목 정취를 가장 빨리 느낄 수 있고, 시차로 멍한 상태에서도 편하게 둘러볼 수 있어요. 언덕과 성당 이야기는 가이드북의 '파리 몽마르트 언덕과 사크레쾨르 성당' 챕터에 따로 정리돼 있어요.
오후에는 에펠탑으로 넘어가요. 한 지점에서만 보고 돌아서기보다 샹 드 마르스 공원 쪽과 트로카데로 광장 쪽, 두 방향에서 한 번씩 보는 편이 사진도 기억도 달라져요. 해가 진 뒤에는 바토무슈 유람선을 타고 센강 위에서 야경을 보며 하루를 닫는 흐름이 자연스러워요.
둘째 날은 한 직선 위에 다 있어요
루브르 박물관, 튈르리 공원, 오랑주리 미술관, 콩코드 광장, 샹젤리제 거리, 개선문은 지도를 펴 보면 거의 한 줄로 이어져요. 그래서 이날은 지하철을 거의 타지 않고 걷는 것만으로 동선이 완성돼요. 대신 이동량이 가장 많은 날이라 중간에 앉아서 쉬는 시간을 일부러 넣어 두는 게 좋아요.
루브르는 규모가 커서 관람 방식에 따라 소요 시간이 크게 달라져요. 작품 동선은 '루브르 박물관 가이드: 작품과 관람 팁' 챕터를 참고하면 이날 오후 일정에 얼마나 여유를 둘지 가늠하기 쉬워요.
- 아침 일찍 루브르부터 시작해요. 오르세가 더 끌린다면 이 자리에 오르세를 넣어도 돼요.
- 관람 뒤에는 바로 앞 튈르리 공원에서 숨을 돌리고, 공원 안쪽의 오랑주리 미술관을 이어서 봐요.
- 콩코드 광장을 지나 샹젤리제를 따라 걸으면 개선문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 개선문 전망대에 오르면 파리 중심부가 한눈에 들어와요.
마지막 날은 걸어서 끝나는 동네로
떠나는 날은 짐과 공항 이동 때문에 시간이 생각보다 빠듯해요. 그래서 마지막 날은 서로 가까운 곳끼리 묶는 게 안전해요. 재개장한 노트르담 대성당을 먼저 들르고, 도보로 닿는 마레 지구로 넘어가 산책이나 쇼핑으로 마무리하면 시간 계산이 조금 어긋나도 크게 흔들리지 않아요.
마레는 골목이 촘촘해서 남은 시간이 30분이든 두 시간이든 그에 맞춰 걷다가 나올 수 있는 동네예요. 마지막 날에 굳이 먼 곳을 하나 더 넣기보다, 이 동네에서 여유 있게 파리를 마무리하는 편이 기억에 더 남아요.
하루가 더 있다면 어디를 넣을까요?
3박 4일이 되면 2박 3일 뼈대에 쇼핑 반나절과 근교 한 곳을 넣을 수 있어요. 첫날 몽마르트 뒤에 라파예트 백화점과 오페라 주변을 붙이면 저녁 에펠탑 야경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셋째 날을 통째로 베르사유 궁전에 쓰면 돌아오는 길에 오르세 미술관을 들르고 저녁에 유람선을 타는 구성이 가능해요. 이 경우 바토무슈는 첫날에서 셋째 날로 옮기면 돼요.
- 1일: 몽마르트, 라파예트 백화점, 오페라, 에펠탑
- 2일: 루브르, 튈르리 공원, 오랑주리, 콩코드 광장, 샹젤리제, 개선문
- 3일: 베르사유 궁전, 오르세 미술관, 바토무슈 유람선
- 4일: 노트르담 대성당, 마레 지구
취향대로 바꿀 때 지킬 기준은 하나예요
위 묶음은 어디까지나 뼈대예요. 미술관에 흥미가 적다면 둘째 날 루브르를 짧게 보고 샹젤리제 쪽에 시간을 더 쓰고, 반대로 그림이 목적이라면 개선문을 빼고 오르세를 같은 날에 넣는 식으로 조절하면 돼요. 바꿀 때 지킬 기준은 하나예요. 같은 날 안에서는 동서로 크게 왕복하지 않는 것이에요. 그 원칙만 지키면 어떤 조합이든 이동 시간이 일정을 잡아먹는 일은 없어요.
묶음을 바꾸다 보면 결국 지하철을 몇 번 타야 하는지가 문제가 돼요. 노선과 환승 요령은 '파리 지하철·RER·시내버스 이용법' 챕터를 함께 보면 하루 안에서 이동을 어디에 몰아넣을지 판단하기 쉬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