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품 매장보다 마트 진열대가 오래 남는 이유
파리 여행에서 돌아와 캐리어를 열었을 때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의외로 마트에서 집어 온 병과 상자예요. 한국에 수입되지 않는 맛이 많고, 가격 부담이 적고, 집에서 꺼낼 때마다 여행이 떠오르니까요. 문제는 종류가 너무 많아 무엇부터 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이 글은 브랜드를 죽 나열하는 대신 '집에 가져가서 어떻게 쓸 것인가'를 기준으로 네 갈래로 나눴어요. 요리에 쓰는 것, 빵에 바르는 것, 마시는 것, 그리고 여행 중에 바로 먹어 볼 것. 이렇게 나누면 선물 받을 사람 취향에 맞추기 쉽고, 비슷한 걸 중복해서 사는 일도 줄어요.
요리에 쓰는 것: 오일·소금·머스터드
프랑스는 니스를 중심으로 한 남부에서 올리브 오일을 생산하는 나라예요. 기본 올리브 오일도 좋지만 기념품으로 더 재미있는 건 향이 더해진 오일이에요. Savor & Sens 의 트러플 오일은 파스타에 조금만 둘러도 풍미가 달라지고, 피스타치오 오일은 낯설지만 한번 맛보면 계속 손이 가는 쪽이에요.
소금은 플뢰르 드 셀 하나면 충분해요. 짠맛이 세지 않고 결정이 바삭해서 요리를 끝낸 뒤 마지막에 뿌리는 용도로 쓰여요. 스테이크나 삼겹살, 참치회, 구운 채소에 얹으면 감칠맛이 살아나요. 머스터드는 디종의 전통 브랜드 Edmond Fallot 을 눈여겨보세요. 한국에는 클래식 맛만 들어오기 때문에 바질·호두·피노 누아 같은 변형 맛이야말로 파리에서 사 올 이유가 되는 제품이고, 고기 요리에 곁들이면 진가가 드러나요.
빵에 바르는 것: 잼·꿀·밤크림·트러플
잼은 본마망만 떠올리기 쉬운데, 한 단계 위를 노린다면 Albert Ménès 예요. 라벤더 살구, 망고 & 패션프루트처럼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조합이 많고, 같은 브랜드의 향신료와 페스토도 품질이 좋아요. 모노프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 따로 매장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요.
꿀은 전문점을 한 번 들러볼 만해요. Miel Factory 는 프랑스 각지와 세계 여러 산지의 꿀을 모아 놓은 곳으로, 시식이 가능해서 고수꿀·당근꿀처럼 이름만으로는 상상이 안 되는 맛을 직접 확인하고 고를 수 있어요. 트러플 쪽은 Signorini Tartufi 의 페스토와 트러플 꿀이 대표적이에요. 매장이 마레 지구에 있어서 그 동네를 걷는 날 들르기 좋고, 마레 산책 코스는 가이드북의 '파리 마레 지구 - 귀족 저택과 트렌디한 거리' 챕터에 정리돼 있어요.
- 본마망 샤테뉴 크림 — 달콤한 쪽을 좋아한다면
- 모노프리 PB 밤크림 — 밤 덩어리가 씹히는 식감
- 둘 다 플레인 요거트에 곁들이면 아침 메뉴가 완성돼요
마시는 것: 차와 와인
차는 Mariage Frères 가 정석이에요. 웨딩 임페리얼, 마르코 폴로, 얼그레이 등 종류가 많고 매장에서 향을 맡아 보고 고를 수 있어서 선물용으로 격이 필요할 때 고르기 좋아요. 부담 없이 여러 개 사서 나누고 싶다면 마트의 Elephant 티도 괜찮은데, 특히 '편안한 밤' 차는 향이 좋아 자주 찾게 되는 제품이에요.
와인은 잘 몰라도 마트에서 고를 수 있어요. 2025년 7월 기준으로 10유로 아래에서도 괜찮은 레드와 화이트가 있고, 고르는 요령은 단순해요. 드라이한 쪽을 원하면 라벨이 심플한 병을, 향긋하고 은은한 단맛을 원하면 병에 Gewürztraminer 라고 적힌 것을 고르면 돼요. 게뷔르츠트라미너는 향은 화사하지만 지나치게 달지 않아 와인이 낯선 사람도 마시기 편해요.
여행 중에 바로 먹어 볼 것: 요거트·마요네즈
캐리어에 담을 수는 없어도 파리에 있는 동안 꼭 먹어 볼 게 있어요. 마미 노바 요거트예요. 체리, 리치 & 로즈 같은 맛이 특히 인기이고, 숙소 아침용으로 하나씩 사 두면 여행 리듬이 좋아져요. La Fermière 의 밤 요거트는 한 번 먹으면 계속 찾게 되는 맛이라 여행 중 여러 번 사게 되는 쪽이에요.
마요네즈는 의외로 가져올 만한 품목이에요. 봉마르쉐 자체 브랜드의 트러플 마요네즈는 삶은 계란이나 채소에 찍기만 해도 레스토랑 느낌이 나고, 피멍 데스플레트라는 프랑스 고추가 들어간 매콤한 마요네즈는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편이에요.
어디서 살까: 마트 한 곳과 전문점 두세 곳
위 목록 대부분은 모노프리 같은 동네 마트 한 곳에서 해결돼요. 봉마르쉐 식품관은 PB 마요네즈처럼 그곳에서만 나오는 게 있고, 꿀·차·트러플은 전문점이 종류가 훨씬 많고 시식·시향까지 돼요.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마레 쪽 전문점을 쇼핑하는 날 동선에 묶는 게 효율적이에요. 지구별 상점가 분위기는 '마레·생제르맹·바스티유 쇼핑과 맛집' 챕터를 참고하세요.
- 동네 마트(모노프리) — Albert Ménès 잼, 밤크림, Elephant 티, 요거트, 와인
- 봉마르쉐 식품관 — 트러플 마요네즈, 피멍 데스플레트 마요네즈
- Miel Factory — 꿀, 시식 가능
- Mariage Frères — 차, 시향 가능
- Signorini Tartufi(마레) — 트러플 페스토·꿀·오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