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시대순' 하나만 정하면 동선이 풀리나요
루브르는 리슐리외관, 쉴리관, 드농관 세 건물이 ㄷ자 모양으로 이어져 있어요. 관마다 층이 나뉘고 전시실도 수백 개라, 보고 싶은 작품을 지도에서 하나씩 찾아다니면 같은 복도를 몇 번씩 되돌아오게 돼요. 그래서 처음 가는 날에는 기준 하나만 정해 두는 게 좋아요. 메소포타미아에서 출발해 이집트와 그리스를 지나 르네상스 회화, 근대 조각으로 끝나는 시대순인데, 이 순서가 세 관을 한 번씩만 지나는 길과 거의 겹치거든요.
작품 하나하나의 배경은 가이드북의 '루브르 박물관 가이드: 작품과 관람 팁' 챕터에 정리돼 있어요. 이 글은 그 작품들을 어떤 순서로 만나면 덜 헤매는지에 집중할게요.
출발은 리슐리외관, 함무라비 법전과 라마수

첫 목적지는 리슐리외관의 메소포타미아 전시실이에요. 가장 먼저 만나는 유물이 함무라비 법전이에요. 검은 돌기둥에 법조문을 빼곡히 새긴 비석인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법전은 아니지만 이만큼 온전하게 남은 고대 법전은 드물어요. 바로 옆 전시실에는 아시리아 코르사바드 궁전에서 옮겨온 라마수가 서 있어요. 사람 얼굴에 황소 몸, 날개를 단 거대한 수호상으로, 함무라비 법전보다 천 년쯤 뒤에 만들어졌어요. 두 유물을 나란히 보면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얼마나 긴 시간에 걸쳐 이어졌는지 감이 와요.
지하 요새를 지나 쉴리관으로

리슐리외관에서 쉴리관으로 넘어가는 길에 중세 루브르의 성벽 터가 있어요. 루브르가 박물관이 되기 훨씬 전, 파리를 지키던 요새였을 때의 해자와 성벽 기초가 지하에 그대로 드러난 구간이에요. 설명 없이 지나가면 그냥 통로처럼 보여서 놓치기 쉬운데, 이 건물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보여 주는 자리이니 잠깐 멈춰 보세요.
쉴리관에 들어서면 이집트 전시실의 스핑크스가 먼저 나와요. 파라오의 두건과 가슴의 상형문자로 왕의 모습임을 알 수 있는 조각이에요. 이어서 그리스 조각 전시실로 가면 밀로의 비너스가 있어요. 만든 사람은 지금도 알 수 없고, 두 팔이 없는 상태로 발견된 덕에 오히려 몸의 곡선이 더 또렷하게 보이는 조각이에요.
드농관, 계단 위 니케에서 모나리자까지

쉴리관에서 드농관으로 건너가면 계단 꼭대기에 사모트라케의 니케가 서 있어요. 날개를 펼친 승리의 여신상인데, 계단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 가장 극적으로 보이도록 배치돼 있어요. 올라가기 전에 한 번, 올라가서 옆에서 한 번 보는 걸 추천해요. 니케를 지나면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 전시실이 이어지고, 다빈치의 「세례자 요한」과 「암굴의 성모」를 차례로 지나게 돼요.
모나리자는 별도의 전시실에 유리 너머로 걸려 있고, 그 앞에 줄이 서 있어요. 줄이 움직여도 그림 앞에 머무는 시간은 아주 짧고 거리도 꽤 있어서, 실제로는 화면으로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 많아요. 그래서 모나리자에 시간을 많이 쓰기보다 같은 전시실 벽면의 대형 회화들을 여유 있게 보는 편이 남는 게 많아요.
조각 전시실에서 마무리, 프시케와 보르게세 방

회화를 다 보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면 이탈리아 조각 전시실이에요. 미켈란젤로의 「죽어가는 노예」와 「반항하는 노예」가 있는 자리인데, 전시가 잠시 빠져 있는 시기도 있으니 없다고 당황하지 마세요. 전시실 끝으로 가면 카노바의 「프시케와 에로스」가 있어요. 루브르 조각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평이 자주 나오는 작품이에요.
마지막은 보르게세 방이에요. 로마의 보르게세 가문이 모았던 고대 조각들이 한 방에 모여 있어요. 여기까지 보면 세 관을 한 바퀴 돈 셈이라 출구 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세 시간이 기준, 들어가기 전에 정리할 것
위 순서대로 핵심 작품만 따라가도 세 시간 안팎이 걸려요. 전시실 사이를 옮겨 다니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고, 모나리자 줄과 사진 찍는 시간까지 더하면 그 이상이 되기도 해요. 오후에 들어간다면 폐관 시각과 휴관일을 미리 확인해 두세요. 예약 절차와 입구 선택 같은 입장 전 준비는 '루브르 입장 전에 모르면 헛걸음하는 다섯 가지' 챕터에 따로 정리돼 있어요.
- 입장은 공식 사이트에서 날짜와 시간대를 미리 예약해야 해요. 예약 시각을 조금 넘겨도 당일이면 입장은 되지만, 시간대 줄에 맞춰 도착하는 게 편해요.
- 들어가자마자 짐 보관소에 가방과 겉옷을 맡기세요. 세 시간을 걷기 때문에 몸이 가벼운 게 훨씬 편해요.
- 18세 미만과 EU·EEA 거주 18~25세는 무료 입장 대상이라, 한국에서 온 여행자는 보통 해당하지 않아요. 예매 화면에서 자격 조건을 확인하세요.
- 핵심만 보는 날과 회화를 깊이 보는 날을 나누면, 한 번에 다 보려다 지치는 일이 줄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