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크레쾨르에서 내려오는 길에 만나는 작은 광장
몽마르트르 언덕 위 사크레쾨르 대성당을 보고 나서 언덕 뒤편으로 걸어 내려오다 보면, 길목에 달리다 광장이라는 작은 광장이 나와요. 광장에는 청동 흉상이 하나 서 있고, 그 앞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늘 몇 명씩 모여 있어요. 흉상의 주인공을 모르고 지나치면 그냥 언덕 위 조각상 하나지만, 배경을 알고 보면 이 골목 전체가 한 사람의 무대로 읽혀요.
몽마르트르 언덕의 전체 동선과 사크레쾨르 관람은 가이드북의 '파리 몽마르트 언덕과 사크레쾨르 성당' 챕터에 정리돼 있으니, 이 글은 그 코스 안의 한 지점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는 셈이에요.
달리다는 누구였을까
흉상의 주인공 달리다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프랑스 대중음악을 대표한 가수예요. 이집트 카이로에서 태어난 이탈리아계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전 세계에서 1억 2000만 장이 넘는 음반을 팔았고 골드 디스크만 50개 이상을 받았어요. 한국에서는 'Paroles, paroles'라는 곡으로 이름을 아는 분이 많을 거예요.
그가 1962년부터 198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25년을 살았던 곳이 바로 몽마르트르예요. 파리시는 사망 10주기인 1997년, 옛 자택 근처에 조각가 아슬랑이 만든 청동 흉상을 세웠고, 이후 이 자리는 팬과 여행자가 함께 찾는 장소가 됐어요.
가슴 부분만 금빛인 이유
흉상을 가까이서 보면 색이 고르지 않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어요. 전체는 어두운 녹청색인데 가슴 부분만 청동 본래의 금빛이 드러나 있어요. 달리다의 가슴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퍼지면서 수많은 사람이 같은 자리를 만졌고, 반복된 접촉에 표면이 닳아 이런 모습이 된 거예요.
파리시는 2026년 7월 25일 약 3000유로를 들여 닳은 표면에 녹청을 다시 입혔지만, 8월 10일부터 가슴 부분이 다시 금빛으로 변하기 시작했어요. 시는 이 복원이 본질적으로 일시적인 조치이며, 접촉이 없다면 수개월은 유지되지만 앞으로도 전문 인력을 동원해 관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어요. 그러니 방문 시점에 따라 흉상의 색은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알고 가면 다르게 보이는 논쟁
이 관행은 단순한 미신을 넘어 파리에서 꽤 진지한 논쟁거리가 됐어요. 일부 여성단체와 녹색당 정치인들은 흉상의 가슴을 만지는 행위가 여성에게 모욕적이고, 성폭력을 가볍게 여기게 만들 수 있다고 비판해요. 2026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는 한 예술가가 항의의 뜻으로 흉상에 흰색 코르셋을 입히기도 했어요.
반면 달리다의 남동생인 가수 올랜도는 이 행위에서 어떤 불경함도 느끼지 않으며, 오히려 달리다를 더 오래 기억하게 하는 일이라고 말해요. 어느 쪽이 옳다고 정하기보다, 이 자리에서 두 시선이 부딪히고 있다는 걸 알고 서 있는 것만으로 광장을 보는 눈이 달라져요. 굳이 흉상을 만지지 않아도 사진과 기억은 충분히 남길 수 있어요.
흉상만 보고 돌아서면 놓치는 것
대부분은 흉상 사진 한 장을 찍고 바로 자리를 뜨는데, 바로 옆 골목에 달리다가 실제로 살았던 집이 있어요. 집 앞에는 작은 안내판이 붙어 있어서, 한 사람이 25년 동안 오르내렸을 길이라는 맥락이 붙으면 평범해 보이던 언덕길이 조금 다르게 다가와요. 몽마르트르 골목 전반의 분위기는 '파리 몽마르트 지구 - 예술가의 언덕' 챕터와 함께 읽으면 그림이 더 잘 그려져요.
- 광장에서 흉상을 본 뒤, 옆 골목의 옛 자택 안내판까지 함께 둘러보세요.
- 사크레쾨르를 보고 언덕을 내려오는 길에 끼워 넣으면 동선 낭비가 없어요.
- 흉상의 색은 복원 상태에 따라 달라지니, 방문 당시 모습을 그대로 담아 두세요.
- 만지는 행위가 논쟁 중인 장소라는 점을 알고, 사진은 한 발 물러서서 찍는 편이 편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