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비야 메뉴판이 유독 낯선 이유
세비야 타파스 바에 앉아 메뉴판을 펼치면 하몽, 크로케타, 토르티야처럼 익숙한 이름 사이로 한 번도 못 본 이름이 섞여 있어요.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에서 몇 번 식사를 해 본 사람이라도 세비야 메뉴판은 다시 낯설어지는데, 이 도시가 스페인 다른 지역에서는 잘 찾기 어려운 자기만의 음식을 여러 개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 글은 그중 세비야 사람들이 특히 즐겨 먹지만 이름만으로는 무엇인지 짐작이 안 되는 세 가지를 골라, 어떤 음식인지와 누구에게 맞는지를 정리한 거예요. 주문 방식이나 계산, 팁 같은 기본 예절은 가이드북의 '스페인 식당·마트 이용 예절과 팁 문화' 챕터에 정리돼 있으니 처음 가는 분은 그쪽을 먼저 읽어 두면 편해요.

카손 엔 아도보 — '상어'라는 단어에 당황하지 마세요
세비야의 생선 튀김 요리는 통틀어 페스카이토 프리토(pescaíto frito)라고 불러요. 작은 생선 여러 종류를 튀겨 내는 방식인데, 그 안에서 세비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메뉴가 카손 엔 아도보(cazón en adobo)예요. 카손은 작은 상어의 일종이고, 살을 식초·오레가노·마늘에 재웠다가 튀겨 내요. 이름을 듣고 비린 맛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재움 양념 덕에 새콤한 향이 먼저 오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맥주 안주로 자리 잡은 음식이에요.
같은 튀김집에서 함께 시켜 볼 만한 게 보케로네스 프리토스(boquerones fritos), 작은 멸치 튀김이에요. 레몬을 짜서 먹는 게 기본이고, 더운 날 야외 자리에서 맥주와 함께 먹는 조합이 세비야에서 흔한 풍경이에요. 튀김 전문점을 뜻하는 '프레이두리아(freiduría)'라는 간판이 보이면 이 두 가지가 있을 확률이 높고, 현지에서 자주 언급되는 곳으로는 프레이두리아 푸에르타 데 라 카르네(Freiduría Puerta de la Carne)가 있어요.
- 스페인 기본 정보와 2026년 입국 절차
- 스페인 여행 여름과 겨울
- 스페인 물가는 어떤가요? (식비·숙소·입장권·환전)

에스피나카스 콘 가르반소스 — 소박해 보여도 세비야의 뿌리
메뉴판에서 가장 눈에 안 띄는 이름이 에스피나카스 콘 가르반소스(espinacas con garbanzos)예요. 직역하면 '병아리콩을 곁들인 시금치'로, 두 재료를 함께 끓여 낸 따뜻한 한 접시예요. 화려한 구석은 없지만 세비야 가정에서 오래 먹어 온 음식이라 현지 전통을 맛보고 싶다면 빼놓기 어려운 메뉴예요.
고기나 생선이 들어가지 않는 비건 메뉴여서 채식을 하는 여행자에게도 잘 맞고, 튀김이나 고기 요리 사이에 속을 달래는 용도로도 좋아요. 다만 향과 식감이 담백한 편이라 호불호가 갈리니, 여럿이 갔다면 한 접시만 시켜 나눠 보는 게 안전해요. 이 요리를 제대로 하는 곳으로는 1670년에 문을 열어 세비야에서 가장 오래된 바로 알려진 엘 린콘시요(El Rinconcillo)가 자주 꼽혀요.
솔로미요 알 위스키 — 위스키 맛은 생각보다 안 나요
솔로미요 알 위스키(solomillo al whisky)는 이름 때문에 술 냄새가 강한 요리로 오해받기 쉬워요. 실제로는 구운 돼지고기 안심 위에 마늘 향이 진한 소스를 끼얹어 내는 음식이고, 소스의 주인공은 위스키보다 마늘이에요. 한 입 먹어 보면 고기 요리라기보다 마늘 소스 요리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 거예요.
이 메뉴가 재미있는 건 스페인 다른 도시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는 점이에요. 하몽이나 빠에야처럼 전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세비야에서만 만나는 로컬 요리에 가까워서, 이 도시에 있는 동안 한 번은 시켜 볼 이유가 돼요. 현지인이 줄 서서 찾는 곳으로는 도스 데 마요(Dos de Mayo)가 대표적으로 언급돼요.
셋 중 뭘 시킬까 — 상황별로 고르기
세 가지를 한 끼에 다 먹기는 버거우니 그날의 상황에 맞춰 고르는 게 좋아요. 타파스 바에서는 작은 접시 단위로 시키는 경우가 많으니 두 가지 정도를 나눠 먹는 방식도 괜찮아요.
안달루시아 여행 전체 흐름 속에서 세비야를 어디쯤 배치할지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챕터를, 하몽까지 함께 맛보고 싶다면 '스페인 하몬, 제대로 알고 먹는 법' 챕터를 같이 보면 식사 계획이 한결 쉬워져요.
- 맥주 한 잔에 가볍게 곁들일 안주가 필요할 때: 카손 엔 아도보와 보케로네스 프리토스
- 채식을 하거나 기름진 음식 뒤에 속을 달래고 싶을 때: 에스피나카스 콘 가르반소스
- 제대로 된 고기 한 접시로 저녁을 마무리하고 싶을 때: 솔로미요 알 위스키
- 세비야만의 음식을 딱 하나만 고르라면: 다른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솔로미요 알 위스키
<유럽의 첫 번째 태양> 저자와 함께 하는 세비야 시내 투어
세비야 대성당 투어 (+히랄다 탑), <유럽의 첫 번째 태양> 저자와 함께!
세비야 알카사르 투어, <유럽의 첫 번째 태양> 저자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