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흉물이라던 건물이 도시의 얼굴이 된 이유
바르셀로나 시내를 걷다 보면 벽이 물결치고 지붕이 비늘처럼 반짝이는 건물을 자꾸 마주치게 돼요. 대부분 안토니 가우디의 작품이에요. 지금은 이 건물들을 보려고 일부러 바르셀로나에 오는 사람이 있을 만큼 도시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지만, 완성 당시에는 흉물이라는 혹평도 받았어요. 시대보다 한참 앞서 있었던 셈이에요.
문제는 막상 건물 앞에 서면 "특이하다"는 감상에서 더 나아가기 어렵다는 점이에요. 가우디가 왜 이런 형태를 택했는지 세 가지 배경만 알고 가면 같은 건물이 전혀 다르게 보여요. 어떤 건물을 언제 갈지 같은 동선 정보는 가이드북의 '바르셀로나 여행 - 가우디 건축물 만나보기' 챕터에 정리돼 있으니, 여기서는 보는 눈을 만드는 데 집중할게요.
첫 번째 열쇠, 자연: 아픈 아이의 유일한 친구
가우디는 어린 시절 몸이 몹시 약했어요. 다섯 살 무렵 이미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아 또래와 뛰놀지 못했고, 혼자 구석에서 놀거나 자연을 오래 관찰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해요. 그렇게 외로운 시간을 함께해 준 자연을 그는 평생의 동반자이자 영감의 원천으로 여겼어요.
그래서 가우디의 건물에는 자연이 온갖 형태로 스며 있어요. 기둥이 나무줄기처럼 갈라지고, 발코니가 뼈를 닮고, 지붕이 용의 등처럼 굽이쳐요. 건물 앞에 섰을 때 "이건 뭘 닮았지?" 하고 묻는 것만으로 감상이 시작돼요.
- 나뭇가지처럼 위로 갈라지는 기둥
- 뼈와 가면을 닮은 발코니와 창틀
- 파도와 동굴을 연상시키는 파사드
- 비늘처럼 색이 바뀌는 지붕 타일
두 번째 열쇠, 곡선: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
가우디의 생각은 단순해요. 신이 만든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는 거예요. 머리카락도, 얼굴도, 팔다리도 전부 곡선이죠. 자연을 사랑한 건축가가 곡선을 택한 건 자연스러운 귀결이었어요. 그래서 그의 대표작에서는 자를 대고 그은 듯한 선을 찾기가 어려워요.
재미있는 건 초기 작품은 다르다는 점이에요.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가우디는 학교에서 배운 전형적인 건축 양식으로 집을 지었고, 이 시기 건물에는 곡선이 거의 보이지 않아요. 초기작과 후기작을 하루에 같이 보면 한 사람이 어떻게 자기만의 언어를 찾아갔는지가 눈에 들어와요.
세 번째 열쇠, 종교: 건물 곳곳에 새긴 신앙
가우디는 매우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어요. 그의 작품에는 신에 대한 감사와 깊은 신앙의 표시가 늘 담겨 있고, 장식이나 구조 안에 종교적 상징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지붕 위의 십자가, 파사드에 새겨진 문구, 성경 장면을 옮긴 조각을 찾아보세요.
그 정점이 사그라다 파밀리아예요. 가우디가 인생을 바친 작품이고, 자연·곡선·종교 세 가지가 한 건물에 모두 모여 있어요. 숲처럼 뻗은 내부 기둥은 자연이고, 파사드 전체가 곡선이며, 건물 자체가 신앙의 고백이죠. 관람할 때 놓치기 쉬운 지점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처음 갈 때, 밖과 안에서 놓치기 쉬운 것들' 챕터에서 따로 다뤄요.
세 가지 열쇠를 들고 건물 앞에 서면
정리하면 이래요. 어떤 가우디 건물이든 자연·곡선·종교 세 가지 질문을 순서대로 던져 보세요. 처음엔 형태만 보이던 건물이 이야기로 읽히기 시작해요.
세 가지를 알고 나면 예약 없이 밖에서만 보는 건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바르셀로나 곳곳에 흩어진 가우디의 흔적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보는 것, 그게 이 도시를 여행하는 가장 특별한 방법 중 하나예요.
- 이 건물은 자연의 무엇을 닮았나
- 직선이 어디에 있고 어디에 없나
- 종교적 상징이 어디에 숨어 있나
- 곡선의 양으로 볼 때 초기작인가 후기작인가
- 가우디는 이 형태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