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세바스티안 - 미식의 도시

두 번째, 산 세바스티안. 여기는 ‘명소를 가보셔라 보다는 음식을 즐기셔라’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핀초스 라고 들어보셨을까요? 핑거푸드 같은 느낌인데 배를 채울 수 있을 정도의 핑거푸드예요. 근데 종류가 정말 다양해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산 세바스티안에 가시면 다니시면서 이 레스토랑 핀초스 먹구, 저 레스토랑 핀초스 먹구, 어디가 더 맛있는 게 있나 이렇게 골라보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 그리고 맛도 있구요. 저도 가끔 생각이 나는데 제가 사는 곳은 핀초스가 체인점만 있어서 뭔가 그 산 세바스티안에서 먹는 그런 맛이 안나더라구요. 가서 드시면 훨씬 맛있습니다. 그러니까 가신다면 꼭 여러 가게에서 여러 종류의 핀초스를 한 번 드셔보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힐다’ 라는 핀초스를 좋아하는데 이건 음식이 되는 핀초스라기보다는 좀 안주의 느낌이에요. 올리브, 할라피뇨 그리고 엔초비를 이쑤시개 길이 정도 되는 꼬치에 꽂아서 올리브유에 절인 음식인데 정말 더울 때 이 힐다랑 맥주를 드시면 맥주가 무한대로 들어가는 기적을 보실 수 있습니다. 혹시 가시는 분들이라면 요 아이도 한 번 맛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힐다라는 이름은 1946년 리타 헤이워스가 주연한 영화 「길다(Gilda)」에서 따왔다고 전해져요. 1940년대 산 세바스티안의 바 카사 바예스(Casa Vallés)에서 처음 만들어졌는데, 초록색에 짭짤하고 살짝 매콤한 맛이 영화 속 주인공처럼 도발적이라며 붙은 이름이라고 해요. 지금은 바스크 지방 어느 바에 가도 볼 수 있는 대표 핀초스가 됐어요.
그리고 산 세바스티안이 스페인에서도 미식의 도시로 유명한 곳이라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도 몇 개 있어요. 2026년 미쉐린 가이드 기준 스페인의 3스타 레스토랑은 16곳이고, 그중 아르삭과 아켈라레가 산 세바스티안에, 마르틴 베라사테기가 바로 옆 도시 라사르테오리아에 있어요. 혹시 미식에도 관심이 많다 하시면 가셨을 때 드셔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핀초스 골목은 여기예요
핀초스 바가 밀집한 곳은 구시가인 파르테 비에하(Parte Vieja)예요. 골목 전체가 바로 이어져 있어서 한 집에서 한두 개만 먹고 다음 집으로 옮기는 게 현지식입니다. 바 카운터에 진열된 핀초스는 손으로 가리키며 고르면 되고, 주방에서 바로 만들어주는 따뜻한 핀초스는 벽의 칠판 메뉴에서 골라 주문하면 돼요. 계산 방식은 가게마다 달라서 먼저 물어보는 게 안전합니다. 음료는 이 지역 화이트 와인인 차콜리(Txakoli)를 곁들이는 게 정석인데, 잔을 높이 들고 따라주는 퍼포먼스도 구경거리예요.
라 콘차 해변과 몬테 이겔도
배가 차면 라 콘차(La Concha) 해변으로 나가보세요. 조개껍데기 모양의 만을 따라 이어지는 백사장과 산책로는 유럽 최고의 도시 해변으로 꼽히곤 하는 산 세바스티안의 얼굴입니다. 해변 서쪽 끝에서는 1912년부터 운행해 온 목조 푸니쿨라를 타고 몬테 이겔도 전망대에 오를 수 있는데, 여기서 내려다보는 라 콘차 만 전경이 이 도시 최고의 그림이에요. 해 질 무렵에 맞춰 오르면 후회하지 않습니다. 빌바오와 묶어 1박 2일 북부 미식 여행으로 짜면 동선이 딱 떨어져요. 참고로 핀초스 바들은 점심과 저녁 사이에 쉬어 가는 집이 많고, 저녁 시간대의 파르테 비에하가 가장 활기차요. 현지인들 틈에 서서 바글바글한 골목의 에너지를 느끼며 먹는 것까지가 산 세바스티안 핀초스의 완성입니다. 미쉐린 레스토랑에 도전하실 계획이라면 인기 식당은 몇 달 전부터 예약이 차니 여행 날짜가 정해지는 대로 서두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