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선은 많지만 먼저 알아둘 건 여섯 개
베네치아에는 자동차도 자전거도 없어요. 걷지 않는 이동은 전부 물 위에서 이뤄지는데, 그중 가장 값싸고 자주 타게 되는 게 수상버스 바포레토(vaporetto)예요. 노선도를 펼치면 스무 개가 넘는 번호가 얽혀 있어 겁부터 나지만, 처음 가는 여행자가 우선 알아두면 좋은 노선은 여섯 개예요. 본섬 안에서는 1번과 2번, 유리공예로 유명한 무라노 섬은 3번 또는 7번, 알록달록한 집이 늘어선 부라노 섬은 12번 또는 14번이에요.
아래 소요 시간은 2026년 여름 시즌(4월~10월) 시간표 기준이에요. 겨울에는 일부 노선이 쉬거나 배차가 줄어드니, 11월 이후에 간다면 ACTV 공식 앱이나 정류장 시간표를 한 번 더 확인하세요.
본섬 안에서는 1번과 2번
1번은 로마 광장에서 출발해 산타루치아 기차역 → 리알토 → 아카데미아 → 산 마르코를 거쳐 리도 섬까지 대운하를 따라 천천히 내려가는 완행이에요. 정류장마다 다 서기 때문에 느리지만, 그 덕에 대운하 양쪽 궁전을 구경하기엔 이만한 노선이 없어요. 기차역 기준으로 리알토까지 약 19분, 아카데미아까지 약 32분, 산 마르코까지 41~46분 정도 걸려요.

2번은 같은 구간을 5~10분 빠르게 달리는 급행이에요. 기차역에서 리알토까지 약 12분, 아카데미아까지 약 24분, 산 마르코까지 약 29분이에요. 대신 베네치아에서 가장 붐비는 노선이라 성수기 낮에는 한두 대를 그냥 보내야 할 때도 있어요. 그리고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에는 리알토~아카데미아~산 마르코 구간을 1번만 운행하기도 하니, 2번이 안 오거나 사람이 너무 많으면 미련 없이 1번을 타면 돼요. 출퇴근 시간에만 다니는 2/ 노선은 로마 광장~기차역~리알토 구간만 도는 초급행이에요.
무라노 섬 — 3번 또는 7번
무라노는 유리공예 공방과 유리박물관이 있는 섬이에요. 기차역이나 로마 광장에서 출발한다면 3번이 가장 빨라서 기차역에서 약 17분이면 닿아요. 산 마르코 쪽에 숙소가 있다면 산 마르코 산자카리아 정류장에서 7번을 타면 24~28분 정도 걸려요. 7번은 여름 시즌에만 다니고 이른 아침과 저녁에는 운행하지 않으니 돌아오는 시간을 미리 확인해 두세요.

무라노 안에는 정류장이 일곱 곳 있는데 여행자가 쓰는 건 세 곳이에요. 콜론나(Colonna)는 섬 입구 쪽 공방 거리, 파로(Faro)는 등대 근처, 무제오(Museo)는 유리박물관 앞이에요. 어디서 내릴지 미리 정해 두면 섬 안에서 헤매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요. 무라노에는 4.1·4.2번 같은 다른 노선도 서니, 정류장에서 오는 배가 무라노에 서는지만 확인되면 번호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요.
부라노 섬 — 12번 또는 14번
부라노는 무라노보다 훨씬 멀어요. 12번은 본섬 북쪽 폰다멘테 노베(Fondamente Nove) 정류장에서 출발해 무라노(약 9분)를 거쳐 부라노까지 약 43분 걸려요. 기차역에서 폰다멘테 노베까지는 수상버스 연결이 불편해서 15분 정도 걸어가는 편이 빨라요. 무라노와 부라노를 하루에 묶어서 돌 계획이라면 12번 하나로 두 섬을 다 들를 수 있어서 가장 효율적이에요.
산 마르코 쪽에서 바로 가고 싶다면 산 마르코 산자카리아에서 14번을 타면 되는데, 리도를 거쳐 돌아가느라 1시간 5분 정도 걸려요. 다만 14번은 모든 배가 부라노까지 가는 게 아니라 일부 운행편만 부라노까지 연장되고, 나머지는 푼타 사비오니(Punta Sabbioni)에서 끝나요. 전광판과 시간표에서 'Burano'행인지 꼭 확인하고 타세요. 시간 여유가 있고 배 타는 것 자체를 즐기는 분에게 맞는 노선이에요.
정류장 알파벳과 티켓, 놓치기 쉬운 것들
같은 이름의 정류장이 여러 개로 나뉘어 있는 게 베네치아 수상버스의 함정이에요. 산 마르코 산자카리아만 해도 A·B·C·D·E 승강장이 따로 있어서, 7번은 E 승강장, 14번은 A 승강장에서 타요. 정류장 이름만 보고 아무 승강장에나 서 있으면 배가 눈앞에서 지나가요. 전광판이나 승강장 표지의 노선 번호를 꼭 확인하세요. 바포레토는 벨을 누르지 않아도 모든 정류장에 서지만, 안내 방송이 이탈리아어라 내릴 곳을 지나치기 쉬우니 지도 앱을 켜 두는 게 좋아요.
요금은 2026년 9월 기준 1회권(75분, 환승 가능)이 9.50유로예요. 하루에 두 번이면 19유로라 1회권이 더 싸지만, 24시간 안에 세 번 이상 타면 28.50유로가 되어 24시간권이 이득이에요. 24시간권 25유로, 48시간권 35유로, 72시간권 45유로, 7일권 65유로이고, 시간권은 자정이 아니라 처음 개찰한 시각부터 계산돼요. 탈 때마다 정류장 개찰기에 카드를 대는 것을 잊지 마세요. 개찰 없이 타다 검표에 걸리면 벌금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