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산 마르코 수도원
그리고 다음 장소를 소개해 드리기 전에 혹시 여러분 '수태고지'라고하는 그림 보신 적 있으세요? 찬란한 날개를 이제 막 접으면서 땅에 도착한 천사가 성모에게 수태를 알리는 순간. 겸허하게 받아들인 듯한, 고요하며 평화로운 이 그림. 평소에 회화에 관심이 많으셨다면 특히나 한 번쯤은 접해보셨을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그린 프라 안젤리코, 수도사를 의미하는 단어인 '프라'가 붙어 수도사 안젤리코라고 하는데 안젤리코라는 그냥 별명으로도 불렸다고도 하죠. 천사같이 착한 성격의 수도사 프라 안젤리코가 그린 수태고지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산 마르코 수도원 박물관이에요.


도메니코 수도원을 중심으로 하는 곳 으로 두오모에서 도보로 약 10분, 15분 정도 걸리는 곳이에요. 그래서 이곳 역시 다른 관광지가 딱히 주변에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피렌체 여행자들은 일부러 찾는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피렌체 역사, 그리고 르네상스 예술에 관심이 많다면 꼭 한 한번 둘러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 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약간 외딴곳에 특별한 관심이 없으면 오지 않는다는 말은, 그만큼 보물처럼 숨겨져 있어서 반대로 말하면 조용히 관람하기 좋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또 수도원 정원의 고즈넉한 분위기처럼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들 역시 미술관을 제외하고는 전부 예전 수도사들이 기거했던 방을 관람할 수 있도록 공개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작은 통로에 아무 장식 없는 이 소박한 복도를 거닐면서 만나게 되는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 그리고 또 방에 들어가면 딱 한 점씩 작은 그림들이 걸려있습니다. 이 작품들을 통해 당시 소박했던 수도사들의 삶을 한 번 더 들여다볼 수 있는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또 산 마르코 수도원의 원장 출신이었던 인물 중의 한 분이 굉장히 유명해요. 나중에 피렌체를 신정 정치로 이끌었던 ‘사보나롤라’ 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보나롤라가 머물렀던 방, 또 산 마르코 수도원을 재건하고 후원했던 첫 번째 인물인 국부 코시모. 코시모 힐 베키오가 머물렀던 방을 비롯해서 피렌체 역사와 인물에 관련된 장소들까지 함께 볼 수 있는 게 바로 산마르코 수도원 박물관이에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놀라웠던 건 나가는 길에 생각보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었던, 기를란다요 의 최후의 만찬이 여기에 있더라구요. 사실 옛 수도원들은 수도사들이 식사하는 식당 자리에 꼭 벽화로 최후의 만찬을 그려 넣었습니다. 밀라노에서 감상할 수 있는 레오나르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도 마찬가지였죠?
이 그림은 앞서 노벨라 성당에서도 언급했던 미켈란젤로의 그림 스승, 기를란다요가 그린 최후의 만찬인데 초기 르네상스 동상처럼 식당에 나란히 앉아있는 사람들, 예수의 맞은편에 배신자 유다가 따로 앉아있는 모습으로 묘사가 되어 있어요. 그리고 또 재미있는 건 전체적인 수도원 공간과 또 배경에 아름다운 꽃나무, 날아다니는 새, 또 벽 한쪽의 창문에 앉아 있는 공작새, 화병, 이런 공간들이 예수와 제자들이 식사하는 자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데 그냥 지나가기에는 아쉬운 또 초기 르네상스의 작품이니까, 나가는 길에 놓치지 마시고 이 작품까지 함께 감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곳 역시 좀 규모가 상당한 편이라서넉넉하게 1시간 반 전후로 감상 시간 잡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