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탈리아, 왜 소도시가 답일까
이탈리아는 오랫동안 여러 도시국가로 나뉘어 있던 나라라 지금도 20개 주마다 색이 확연히 달라요. 로마·피렌체·베네치아·밀라노·나폴리만 돌아도 열흘이 금방 가지만, 두 번째 방문부터는 큰 도시 옆에 붙은 작은 도시가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아요.
문제는 어떤 소도시가 어디에 있는지 감이 없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이 글은 나라를 여덟 구역으로 나누고, 구역마다 거점으로 삼을 도시와 거기서 당일치기나 1박으로 다녀올 만한 곳을 묶었어요. 기본 골격은 거점 하나에 소도시 두세 곳이에요.
북서부: 밀라노·토리노·제노바에서 뻗어 나가기
스위스·프랑스와 국경을 맞댄 북서부는 롬바르디아의 밀라노, 피에몬테의 토리노, 리구리아의 제노바가 세 거점이에요. 세 도시 사이는 고속열차와 일반열차가 모두 다녀서 서로 당일치기도 가능해요.
- 밀라노 거점: 꼬모 호수와 세라발레 아울렛이 정석 코스예요. 꼬모 호수는 가이드북의 '밀라노 여행: 두오모, 최후의 만찬, 꼬모 호수' 챕터에 정리돼 있어요.
- 토리노 거점: 북쪽 아오스타로 올라가면 체르마트·몽블랑 같은 알프스 명소가 가까워서 렌터카 여행자에게 잘 맞아요.
- 제노바 거점: 콜럼버스의 고향 제노바 옆에 다섯 해안 마을 친퀘 테레가 있고, 서쪽으로는 산레모를 거쳐 프랑스 니스까지 이어져요. 여름에 특히 붐비는 구간이에요.
북동부: 베네치아·트리에스테와 돌로미티
베네토의 주도 베네치아를 거점으로 하면 북쪽의 트레비소와 노벤타 아울렛, 서쪽의 파도바·비첸차·베로나가 하루씩 다녀오기 좋은 거리예요.
또 하나의 거점은 프리울리베네치아줄리아의 트리에스테예요. 일리 커피의 본고장이자 큰 항구 도시인데, 여기서는 슬로베니아 피란이나 크로아티아 풀라까지 차로 국경을 넘어 당일치기가 돼요. 삼면이 바다인 한국에서는 하기 어려운 경험이라 일부러 일정에 넣는 여행자도 있어요.
요즘 가장 주목받는 곳은 '이탈리아의 알프스' 돌로미티예요. 서쪽 거점은 볼차노, 동쪽 거점은 코르티나 담페초이고, 여름에는 해발 2,000m 위 트레킹과 호수 산책으로 피서지 역할을 해요. 볼차노에서 북쪽으로 더 가면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와 만나요.

중북부: 볼로냐에 3박 하면 보이는 것들
피렌체와 베네치아 사이의 볼로냐는 밀라노·베네치아·베로나 방향 철도가 모두 지나는 교통 요지라, 3박쯤 머물며 주변을 도는 방식이 잘 맞아요.
- 모데나·파르마(에밀리아 쪽): 발사믹 식초, 페라리 박물관, 파바로티 생가가 모데나에, 파르미지아노 치즈와 프로슈토가 파르마에 있어요. 하루에 묶기 좋아요.
- 리미니·라벤나(로마냐 쪽): 아드리아해 해변 도시 리미니와, 서로마 제국의 마지막 수도이자 단테의 무덤이 있는 라벤나를 함께 도세요. 라벤나의 비잔틴 양식 성당은 화려한 모자이크로 유명해요.
- 산마리노: 이탈리아 안에 있는 별개의 나라예요. 여유가 있으면 리미니 쪽에서 다녀올 수 있어요.
중부: 피렌체와 로마 사이, 서쪽과 동쪽으로 나눠 보기
토스카나는 피렌체 기준으로 서쪽과 남쪽을 따로 묶는 게 편해요. 서쪽은 사탑의 피사와 성벽 위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루카, 남쪽은 탑의 도시이자 화이트 와인으로 알려진 산지미냐노와 한때 피렌체의 라이벌이던 시에나, 와인 산지 키안티예요. 시에나와 루카는 '시에나·루카·토레 델 라고, 중부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챕터에서 더 자세히 다뤄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촬영지 아레초는 큰 골동품 시장이 서는 날과 맞으면 따로 하루를 내 볼 만해요.
로마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오르비에토와 '천공의 성'으로 불리는 치비타 디 바뇨레조, 볼세나 호수가 있어요. 로마 출발 토스카나 투어가 주로 향하는 곳은 몬탈치노와 몬테풀치아노 사이의 피엔차, 사이프러스 나무가 늘어선 발도르차 평원이에요.
A1 고속도로 동쪽은 움브리아예요. 주도 페루자보다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유해가 모셔진 아시시를 더 많이 찾고, 로마에서 피렌체로 올라가는 길에 아시시에서 1박 하는 일정도 흔해요. 아시시 아래 스폴레토, 로마 동쪽에서 분수로 유명한 티볼리도 당일치기 후보예요.
남부: 나폴리 말고 살레르노를 거점으로
캄파니아의 주도 나폴리 주변에는 카프리·폼페이·소렌토·포지타노·아말피·라벨로 같은 이름난 해안 마을이 모여 있어요. 아말피가 목적지라면 나폴리에서 사철로 소렌토에 들어가 버스로 갈아타는 대신, 기차로 살레르노까지 내려가 배로 곧장 아말피에 들어가는 방법이 있어요. 살레르노는 나폴리 다음으로 큰 도시라 기차역이 있어 거점으로 삼기 편해요.

온천으로 알려진 이스키아 섬과 현지인이 즐겨 찾는 프로치다 섬도 같은 권역이에요. 유명한 마을만 찍고 나오기보다 섬 하나를 끼워 넣으면 남부 일정의 결이 달라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