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구에서 제단까지, 세 작품이 놓인 순서
성 베드로 대성당은 베드로 사도의 무덤 위에 세워진 성당이고, 브라만테·라파엘로·미켈란젤로·베르니니가 차례로 손을 댄 곳이에요. 안에 들어서면 볼 것이 너무 많아 오히려 어디를 봐야 할지 놓치기 쉬운데, 동선 자체는 단순해요. 오른쪽 첫 예배당의 피에타, 중앙 제단의 발다키노, 그 위의 쿠폴라. 이 세 곳을 잇는 것만으로 르네상스에서 바로크까지 성당의 역사가 한 줄로 이어져요.
피에타 자체는 가이드북의 '성 베드로 대성당 피에타, 멀리서만 보고 지나치면 놓치는 것' 챕터에서 따로 다루고 있으니, 이 글은 피에타에서 놓치기 쉬운 디테일 하나와 그다음 두 작품에 집중할게요.
피에타에서 마지막으로 확인할 것, 띠에 새겨진 서명
24살의 미켈란젤로에게 명성을 안긴 피에타는 그의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서명이 남아 있는 조각이에요. 성모의 가슴을 가로지르는 띠에 '피렌체 출신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만들었다'는 뜻의 라틴어가 새겨져 있어요. 작품이 공개된 뒤 다른 조각가의 이름이 작가로 오르내리자 몰래 성당에 들어가 새겼다고 전해지고, 그 뒤로는 하느님도 세상에 서명을 남기지 않았다는 생각에 어떤 작품에도 이름을 새기지 않았다고 해요.
지금은 유리막 너머로 보게 되니 띠의 위치를 미리 알고 가야 찾을 수 있어요. 성모의 표정만 보고 돌아서면 이 서명은 그냥 지나치게 돼요.
발다키노, 왜 이렇게 크고 왜 청동인가
중앙 제단 위에 솟은 베르니니의 발다키노는 높이 29m, 무게 37t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발다키노예요. 발다키노는 제단 위에 씌우는 덮개 구조물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장식만이 아니라 그 아래에 있는 베드로 사도의 무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요. 제단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은 99개의 등불로 장식돼 있고, 그 끝에 무덤이 있어요.
성당 건축이 120년에 걸쳐 이어지다 보니 시작은 르네상스, 마무리는 바로크였고, 발다키노가 바로 그 바로크의 상징이에요. 주문자인 우르바노 8세 교황이 청동을 고집했는데, 당시 청동은 구하기 어려운 재료라 로마 곳곳의 유적에서, 심지어 판테온 앞 회랑 천장의 청동까지 떼어 왔어요. 교황의 가문 이름 바르베리니에 빗대 '야만인(바르바리)도 하지 않은 짓을 바르베리니가 했다'는 말이 돌 정도였죠.
- 네 개의 나선형 기둥: 하늘로 솟구치는 회오리 형태로, 사람이 하늘로 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했어요
- 천장 안쪽의 비둘기: 성령의 상징
- 꼭대기의 열쇠와 삼중관: 베드로와 교황의 권위를 천사들이 떠받치는 모습
- 기둥 아래 제단 밑: 베드로 무덤으로 내려가는 계단
쿠폴라, 아래에서 보고 위에서 다시 보기
발다키노 바로 위로 고개를 들면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쿠폴라가 있어요. 높이 132.5m, 내부 지름 약 42.56m로, 안쪽은 천사와 성인을 묘사한 모자이크로 덮여 있고 네 복음서 저자인 마태·마가·누가·요한의 모자이크가 자리해요. 무게를 분산하면서 빛을 들이려고 낸 16개의 창으로 시간에 따라 다른 방향의 햇살이 성당 안을 비추기 때문에, 오전과 오후의 내부 표정이 달라요.
평생 자신을 조각가라고 소개한 미켈란젤로가 이 설계를 맡은 건 70세 때였어요. 바오로 3세 교황이 보수는 얼마든지 주겠다며 부탁했지만, 그는 보수와 상관없이 하느님을 위한 마지막 봉사로 여겨 기꺼이 맡았다고 전해져요. 쿠폴라 위로 올라가면 바티칸 시국과 로마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니, 시간이 있다면 아래에서 한 번, 위에서 한 번 보는 것이 좋아요.
세 작품을 한 줄로 잇는 관람 순서
성당 입장 줄과 하루 동선은 '바티칸 당일, 대성당을 먼저 가야 줄이 짧아지는 이유와 준비물' 챕터에 정리돼 있어요. 안에 들어간 뒤의 순서만 정리하면 아래와 같아요.
- 입구 오른쪽 피에타에서 성모의 띠에 새겨진 서명까지 확인하기
- 중앙 통로를 따라 제단으로 가서 발다키노의 기둥, 비둘기, 삼중관을 차례로 보기
- 제단 앞에서 고개를 들어 쿠폴라의 모자이크와 창으로 들어오는 빛 보기
- 여유가 있으면 쿠폴라 등반으로 마무리하기
세 작품이 한 성당에 있다는 것의 의미
피에타는 르네상스의 조각, 쿠폴라는 르네상스의 건축, 발다키노는 바로크의 제단이에요. 세 작품 앞에 각각 10분씩만 서 있어도 한 성당 안에서 두 시대의 예술을 차례로 본 셈이에요. 사진보다 눈으로 봐야 하는 이유는 세 작품 모두 크기와 빛이 감상의 절반이기 때문이에요. 대리석의 결, 청동의 광택, 창으로 떨어지는 햇살은 현장에서만 확인할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