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한 편으로 로마를 먼저 걸어 보세요

로마는 유난히 영화 속 장면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도시예요. 수십 년 전에 찍은 광장과 계단, 분수가 지금도 같은 자리에 있어서, 영화를 보고 간 사람은 거리 하나를 지날 때마다 장면이 겹쳐 보여요.
이 글에서는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 세 편을 골라, 영화 속 장면과 그 장소를 지금 찾아가는 방법을 함께 정리했어요. 출발 전에 한 편이라도 보고 가면 같은 일정이 훨씬 다르게 느껴질 거예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2010), 로마에서는 먹는 것이 여행이에요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한 리즈는 이혼 뒤 자신을 되찾으려고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발리를 차례로 여행해요. 제목처럼 이탈리아에서는 먹고, 인도에서는 기도하고, 발리에서는 사랑하는 여정이에요.
로마 장면의 주인공은 단연 음식이에요. 리즈는 칼로리 걱정을 내려놓고 하루하루를 먹는 즐거움으로 채우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로마에서의 끼니 하나하나가 일정의 일부처럼 느껴져요.
토마토 스파게티 한 접시의 행복

동네 식당에 혼자 앉아 토마토 스파게티를 천천히 먹는 장면은 이 영화를 대표하는 장면 중 하나예요. 화려한 요리가 아니라 소스와 면만으로 맛을 내는 접시라는 점이 오히려 로마다워요.
로마에서 이런 한 끼를 찾는다면 관광지 바로 앞보다 한두 블록 들어간 트라토리아가 좋아요. 메뉴판에 스파게티 알 포모도로(Spaghetti al Pomodoro)가 있는지 보면 돼요.
수녀님들 옆에서 먹는 젤라또

벤치에 앉은 리즈가 수녀님들과 나란히 젤라또를 먹는 장면도 오래 기억에 남아요. 로마 사람들에게 젤라또는 특별한 디저트라기보다 걷다가 하나씩 사 드는 간식에 가까워요.
가게에서는 먼저 컵(coppetta)이나 콘(cono)과 크기를 고르고 계산한 뒤, 맛을 두세 가지 고르는 순서가 일반적이에요. 가게 고르는 법과 주문 순서는 아래 젤라또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어요.
피자는 나폴리까지 가서

리즈는 피자 한 판을 먹으러 일부러 나폴리까지 내려가요. 얇고 쫄깃한 도우에 토마토와 모차렐라만 올린 나폴리 피자를 두 손으로 들고 먹는 장면이 이어져요.
로마에서 나폴리까지는 고속열차로 1시간 남짓이라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어요. 폼페이와 묶어 하루 일정으로 다녀오는 여행자도 많아요.
카페 바에 서서 마시는 커피 한 잔

로마의 아침은 카페 바 카운터에 서서 에스프레소나 카푸치노를 마시는 데서 시작해요. 앉아서 마시면 자릿세가 붙는 곳이 많아서, 현지 사람들은 대부분 서서 금방 마시고 나가요.
판테온 근처의 산테우스타키오 일 카페(Sant'Eustachio Il Caffè)는 1938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커피를 내려 온 곳으로, 로마의 오래된 카페를 꼽을 때 빠지지 않아요. 판테온과 나보나 광장 사이에 있어서 두 곳을 오가는 길에 들르기 좋아요.
나보나 광장에서 리즈처럼 하루 보내기
먹고, 마시고, 걷는 이 영화의 로마를 한 곳에서 느끼고 싶다면 나보나 광장이 잘 어울려요. 길쭉한 광장에 분수 세 개가 놓여 있고, 거리 화가와 음악가, 카페 테라스가 하루 종일 광장을 채워요.
광장 가운데의 4대강 분수는 베르니니, 그 맞은편의 성녀 아녜스 성당 정면은 라이벌 보로미니의 작품이에요. 두 거장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보면 광장이 훨씬 입체적으로 보여요.
「그레이트 뷰티」(2013), 꾸미지 않은 로마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그레이트 뷰티」는 2014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작품이에요. 젊은 시절 소설 한 권으로 이름을 얻은 뒤 더는 글을 쓰지 못한 채 로마 사교계의 밤을 누비는 젭 감바르델라가 주인공이에요.
65번째 생일을 지난 젭은 첫사랑의 부고를 들은 뒤 자신이 놓친 아름다움을 되짚기 시작해요. 영화는 화려한 곳은 화려한 대로, 평범한 곳은 평범한 대로 로마를 있는 그대로 담아서, 로마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영화로 자주 꼽혀요.
영화 속 숨은 명소, 클라우디아 수도교

이 영화에서 유난히 인상적인 장소가 로마 남동쪽 외곽의 수도교 공원(Parco degli Acquedotti)이에요. 넓은 풀밭 위로 고대 로마의 클라우디아 수도교 아치가 길게 이어지고, 영화 속 퍼포먼스 장면도 이 아치 아래에서 펼쳐져요.
2천 년 전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로마 시내까지 물을 끌어오던 구조물이 지금도 이렇게 서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워요. 시내 유적보다 사람이 훨씬 적어서 한적하게 걸을 수 있어요.
수도교는 반나절 소풍처럼 다녀오세요

수도교 공원은 지하철 A선을 타고 시내에서 30분 안팎이면 닿아요. 공원 안에는 그늘과 매점이 거의 없으니 물과 간단한 간식을 챙겨 가고, 해가 기울 무렵에 가면 아치 사이로 지는 노을까지 볼 수 있어요.
수도교를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고 보면 그냥 오래된 아치가 아니라 고대 로마의 기술력이 눈에 들어와요. 가는 방법과 소풍 동선은 아래 클라우디아 수도교 글에 자세히 정리해 두었어요.
「로마의 휴일」(1953), 70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거리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에요. 빡빡한 일정에 지친 앤 공주(오드리 헵번)가 몰래 숙소를 빠져나와 미국인 기자 조(그레고리 펙)를 만나고, 하루 동안 젤라또를 먹고 스쿠터를 타며 로마를 누비는 이야기예요.
흑백 영화지만 낯설지 않은 이유는 스페인 계단, 진실의 입, 콜로세움이 모두 지금도 같은 자리에 있기 때문이에요. 앤 공주가 계단에 앉아 젤라또를 먹던 스페인 계단은 지금은 보존을 위해 계단에 앉거나 음식을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니, 장면을 따라 할 때는 계단 아래 광장에서 즐겨 주세요.
진실의 입, 영화가 만든 명소

거짓말을 한 사람이 손을 넣으면 손이 잘린다는 전설의 대리석 가면이에요. 조가 손이 잘린 척 장난을 치고 앤 공주가 깜짝 놀라는 장면 덕분에 지금은 로마에서 가장 줄이 긴 사진 명소가 됐어요.
진실의 입은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 입구 회랑에 있어요. 사진만 찍고 나오기 쉽지만, 성당 안에는 발렌타인데이의 주인공인 성 발렌티노의 유해도 모셔져 있으니 잠깐 들어가 보세요.
줄 서서 손을 넣어 보는 시간

사진 촬영은 한 사람씩 짧게 진행돼서 줄이 길어도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어요. 오전 일찍이나 문 닫기 직전이 비교적 한산해요.
근처에 대전차 경기장과 캄피돌리오 광장, 포로 로마노가 모여 있어서, 진실의 입에서 시작해 콜로세움 쪽으로 걸어가는 동선을 짜면 「로마의 휴일」 속 장소를 하루에 여럿 이어 볼 수 있어요.
스쿠터로 지나던 콜로세움

앤 공주와 조가 스쿠터를 타고 로마 시내를 질주하는 장면에도 콜로세움이 등장해요. 영화 속 흑백의 콜로세움과 지금의 콜로세움을 나란히 놓고 보면, 달라진 건 거리의 자동차와 사람들뿐이에요.
콜로세움은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 들어가 보는 것이 완전히 다른 곳이에요. 검투사와 맹수가 대기하던 지하 구조, 관중석이 신분에 따라 나뉜 방식까지 알고 나면 거대한 경기장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려져요.
영화 속 장소를 이야기와 함께 걸어 보세요

영화를 보고 직접 그 자리에 서면 장면과 지금의 풍경이 겹쳐 보이는 순간이 있어요. 여기에 그 장소의 역사와 뒷이야기를 더하면, 같은 광장과 계단도 훨씬 오래 기억에 남아요.
콜로세움 내부, 진실의 입, 스페인 광장, 나보나 광장, 클라우디아 수도교 모두 투어라이브에서 이탈리아 공인 가이드의 설명으로 들을 수 있어요. 아래 투어 중 영화 속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부터 골라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