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던진 뒤가 아니라, 던지기 직전
보르게세 미술관에서 베르니니의 〈다윗〉 앞에 서면 먼저 얼굴부터 보는 게 좋아요. 입술은 꽉 다물려 있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어요. 이 조각이 붙잡은 순간은 골리앗을 쓰러뜨린 뒤의 승리가 아니라, 돌을 날리기 바로 직전이에요.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손에는 투석용 끈이 쥐어져 있고, 허리는 한쪽으로 크게 비틀려 있어요. 돌을 조금이라도 더 멀리, 더 세게 보내려고 온몸의 힘을 한 점에 모으는 자세예요. 차가운 대리석인데도 다음 순간 움직일 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미켈란젤로의 다윗과 나란히 두면 보이는 것
이 작품은 피렌체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다윗〉과 자주 비교돼요. 두 조각이 고른 순간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 작품 앞에서는 잘 다듬어진 아름다움보다 터질 듯한 에너지가 먼저 다가와요. 정지된 완성미가 아니라 진행 중인 장면을 잡아내는 것, 그게 바로크 조각이 가진 특징이고 이 〈다윗〉이 그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유예요.
- 미켈란젤로의 다윗: 싸움 전, 골리앗을 조용히 노려보는 정지된 자세
- 베르니니의 다윗: 이미 싸움 한복판에 들어가 몸을 던지는 동작
- 미켈란젤로가 이상적인 몸을 보여준다면, 베르니니는 움직임과 긴장을 앞세워요
발밑의 갑옷과 악기는 왜 놓여 있을까요
이번에는 다윗의 다리 아래를 보세요. 갑옷 한 벌과 현악기 하나가 놓여 있어요. 갑옷은 사울 왕에게 빌린 것인데, 움직이기 거추장스러워 벗어 버린 것으로 해석돼요. 무거운 보호 장비 대신 끈 하나만 들고 거인과 맞서기로 한 결단을 이 갑옷이 대신 말해 주는 셈이에요.
옆의 악기는 키타라예요. 다윗이 승리한 뒤 감사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미리 암시하는 소품이에요. 자세히 보면 이 악기에 독수리 장식이 새겨져 있는데, 독수리는 작품을 주문한 보르게세 가문의 상징이에요. 조각가가 의뢰인의 흔적을 이야기 속에 슬쩍 녹여 넣은 부분이라, 알고 보면 찾는 재미가 있어요.
이 조각을 주문한 가문의 사정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을 알면 장면이 조금 다르게 읽혀요. 보르게세 가문은 한때 큰 권력을 누렸지만 교황이 바뀌면서 세력이 기울고 있었어요. 그러다 새 교황 우르바노 8세가 등장하자 다시 힘을 되찾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게 되었고, 그 무렵 의뢰한 작품이 이 〈다윗〉이에요.
작은 소년이 거대한 상대를 쓰러뜨리기 직전의 순간. 다시 세상의 중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가문의 바람과 겹쳐 보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예요. 이런 맥락까지 알면 다윗의 표정이 단순한 전투 장면 이상으로 다가와요.
얼굴에서 찾는 조각가 자신
마지막으로 다시 얼굴로 돌아가 보세요. 이 다윗의 얼굴에는 베르니니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조각가가 자기 얼굴을 빌려 싸움 직전의 긴장과 극한의 집중을 표현했다는 이야기예요. 그래서 이 작품은 성경 속 인물의 조각이면서 동시에 조각가의 자화상으로도 읽혀요.
관람 순서를 정리하면 이래요. 얼굴, 손과 허리의 비틀림, 발밑의 갑옷과 악기, 그리고 다시 얼굴. 한 바퀴 돌며 보면 아직 던지지 않은 돌이 날아가고 골리앗이 쓰러지는 다음 장면까지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보르게세에서 이 작품 앞에 서기 전에
〈다윗〉은 보르게세 미술관 소장품이에요. 미술관 전체를 조각과 회화 중 어느 쪽부터 볼지, 베르니니의 다른 작품과 카라바조는 어떻게 볼지는 가이드북의 '보르게세 미술관, 조각과 회화 어느 쪽부터 볼까요' 챕터에 정리돼 있어요. 입장권이 자주 매진되는 곳이라 예매 요령은 '보르게세 미술관 예매, 왜 자꾸 매진일까요' 챕터를 먼저 읽어 두면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