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로 로마노와 어떻게 다른가요
로마 시내 지도에서 콜로세움과 베네치아 광장 사이에 곧게 뻗은 길이 하나 보여요. 이 길과 양옆의 유적을 묶어 포리 임페리알리라고 불러요. '황제들의 광장'이라는 뜻인데, 이름이 복수형인 이유가 이 산책의 핵심이에요. 한 사람이 만든 광장이 아니라 카이사르부터 아우구스투스, 네르바, 트라야누스까지 여러 황제가 저마다 세운 광장이 나란히 이어져 있기 때문이에요.
바로 옆의 포로 로마노가 로마 건국기부터 기원전 1세기까지 쌓인 공간이라면, 포리 임페리알리는 그 뒤 제정 시대, 그중에서도 로마가 가장 번성했던 1~2세기의 건축이 모인 곳이에요. 두 곳을 같은 날 걸으면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로마를 발로 따라가는 셈이 돼요. 대로 길이는 약 850m로 길지 않지만, 유적마다 멈춰 서면 생각보다 시간이 늘어나요.
걸으면서 만나는 황제들의 광장
어느 쪽에서 출발하든 대로 양옆으로 발굴 현장이 내려다보여요. 누구의 광장인지 알고 서면 폐허처럼 보이던 돌무더기가 하나씩 구분되기 시작해요. 지도 표지판을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래요.
- 카이사르 포로: 기원전 46년에 완성된, 이 구역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광장이에요. 포화 상태였던 포로 로마노를 넓히려는 목적이었고, 지금은 기둥 세 개가 남아 있어요.
- 아우구스투스 포로: 대로 한가운데 자리해요. 마르스 신전을 중심으로 기원전 27년에 완성됐어요.
- 네르바 포로: 아우구스투스 포로 옆으로 이어지는 구역이에요. 표지판에서 경계를 확인해 두면 광장들이 어떻게 붙어 있는지 그려져요.
- 트라야누스 포로와 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베네치아 광장 쪽에 있어요. 시장 건물이 잘 남아 있어 이 산책의 하이라이트가 돼요.
- 평화의 신전 터: 지도 위에 위치만 표시돼 있어도, 옛 도심이 얼마나 넓었는지 가늠하게 해 줘요.
카이사르에서 아우구스투스로, 광장의 원형이 만들어진 자리
카이사르 포로는 가운데에 비너스 신전을 두는 구성이었어요. 신전 하나를 중심에 놓는 이 배치가 이후 아우구스투스를 비롯한 황제들의 광장에도 그대로 이어졌어요. 지금 남은 기둥 세 개만 보면 상상이 어렵지만, 뒤이어 만날 광장들의 출발점이라는 걸 알고 보면 의미가 달라져요.
아우구스투스 포로의 마르스 신전에는 사연이 있어요. 양아버지 카이사르를 암살한 이들에게 복수하겠다며 세우기로 맹세한 신전이었고, 그가 '존엄한 자'라는 칭호를 받은 뒤 기원전 27년에 광장 전체가 완성됐어요. 벽돌의 로마를 물려받아 대리석의 로마를 물려준다는 그의 말은 유명한데, 이 광장과 마르첼로 극장, 포로 로마노 일부에서 실제로 그 대리석 재정비의 흔적을 볼 수 있어요.
트라야누스 시장, 2천 년 전의 쇼핑몰
산책의 절정은 트라야누스 시장이에요. 로마인들은 이미 기원전부터 다층 건물을 짓고 살았기 때문에 시장도 3층 구조로 지어졌고, 층마다 다양한 물건을 팔았어요. 노예를 통한 배달까지 이뤄졌다고 하니 오늘날의 쇼핑몰과 견주어도 크게 낯설지 않은 시스템이에요.
시장 앞에 넓게 펼쳐진 공터는 그냥 비어 있는 땅이 아니에요. 원래 거대한 포로와 도서관으로 쓰인 바실리카가 서 있던 자리예요. 이 일대는 지금도 발굴이 이어지고 있어서, 몇 년 뒤 다시 찾으면 새로 드러난 유적을 만날 가능성도 있어요.
언제, 어떤 동선으로 걸으면 좋을까요
2025년 10월 기준 주말에는 이 대로의 차량 통행이 통제돼요. 좁은 골목과 차량으로 붐비는 로마의 다른 구역과 달리, 이때만큼은 길 한가운데를 여유롭게 걸을 수 있어요. 현지인은 조깅을 하고 유적을 배경으로 거리 음악이 흐르는 풍경이 펼쳐지니,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주말 한나절을 이 산책에 배정해 두는 걸 권해요.
동선은 콜로세움에서 출발해 포로 로마노, 포리 임페리알리 대로, 캄피돌리오 광장을 거쳐 베네치아 광장에서 마치는 흐름이 자연스러워요. 이 구간을 며칠짜리 일정 어디에 넣을지는 가이드북의 '로마 여행 루트, 2박 3일 vs 3박 4일 추천 일정' 챕터를, 근처에서 함께 볼 곳은 '로마 필수 여행지와 취향별 추천 명소' 챕터를 참고하면 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