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기 전에 잠깐, 정면부터 다르게 보여요
판테온은 '모든 신의 신전'이라는 뜻의 이름 그대로, 고대 로마인이 여러 신에게 바친 건물이에요. 지금 서 있는 건물은 화재로 무너진 아그리파 시대의 신전을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다시 세운 것으로, 서기 120년 무렵의 건축물이에요. 그때 황제는 정면의 기둥 열주는 그대로 두고 내부만 완전히 새로 짰어요. 그래서 밖에서 보면 익숙한 신전 모양이다가,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지는 거예요.
미켈란젤로가 '천사의 설계'라 불렀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로마에 남은 고대 건축물 가운데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편에 들어요. 로마의 다른 필수 명소와 함께 일정을 짜려면 가이드북의 '로마 필수 여행지와 취향별 추천 명소' 챕터를 먼저 보고, 이 글은 판테온 문 앞에서 다시 열어 보면 좋아요.
- 로마 이야기, 지도, 교통 한눈에 보기
- 로마 필수 여행지와 취향별 추천 명소

첫 번째 시선, 고개를 들어 천장의 구멍을 보세요
안에 들어서면 누구나 고개를 들게 돼요. 천장 한가운데 뚫린 둥근 구멍이 오쿨루스예요. 라틴어로 '눈'이라는 뜻이고, 창문이 하나도 없는 이 건물에서 빛이 들어오는 유일한 통로예요. 돔을 우주로, 그 한가운데의 구멍을 태양으로 보고 신과 사람을 잇는 창처럼 설계했다고 해석돼요.

여기서 한 번 궁금해할 만한 게 있어요. 아치 구조에서 하중을 붙잡는 핵심은 꼭대기의 머릿돌, 즉 키스톤인데 이 돔은 바로 그 자리가 비어 있어요. 그런데도 2천 년 가까이 무너지지 않았죠. 답은 돔 표면에 있어요. 천장을 자세히 보면 단순한 곡면이 아니라 격자가 방사형으로 이어져 있는데, 이 돔 자체가 수많은 아치를 둥글게 이어 붙인 구조라 무게가 사방 아래로 고르게 흘러내려요. 아치는 압축력만으로 하중을 견디기 때문에 안쪽에 기둥을 하나도 세우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두 번째 시선, 돔이 철골 없이 서 있는 이유
판테온 돔은 철골 없이 콘크리트만으로 서 있어요. 로마인이 화산재와 바닷물, 모래를 섞어 만든 로만 콘크리트가 그 재료로, 오늘날 시멘트의 원조 격이에요. 특히 베수비오 화산의 화산재가 핵심 재료였다고 전해져요. 돌을 쌓는 데서 멈추지 않고 돌과 돌을 붙이는 접착제를 만들어낸 덕분에, 대대적인 보수 없이 지금까지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요.
관람 포인트는 재료의 무게 배분이에요. 돔의 아래쪽에는 무겁고 단단한 현무암을, 위로 올라갈수록 가벼운 화산석을 써서 위쪽 하중을 줄였어요. 육안으로 재질을 구분하긴 어렵지만, 천장 격자가 위로 갈수록 작아지는 모양을 보면 그 계산이 어떻게 형태로 드러났는지 짐작할 수 있어요.
세 번째 시선, 이번엔 발밑을 보세요
천장을 충분히 봤다면 이제 바닥 한가운데로 걸어가 보세요. 비가 오면 오쿨루스로 빗물이 그대로 떨어질 텐데, 바닥에는 그걸 받아내는 배수구가 미리 뚫려 있어요. 눈에 잘 띄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 쉬운 지점이에요.

고대에는 제사 때 불을 피우면 뜨거운 공기가 위로 솟아 상승기류가 생겼고, 그 덕에 빗방울 대부분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전해져요. 비 오는 날 방문했다면 오히려 이 장면을 볼 수 있는 기회예요. 빗줄기가 천장 구멍에서 곧게 떨어져 바닥 배수구로 사라지는 모습은 판테온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에요.
판테온을 보고 나면 로마의 다른 건물이 달라 보여요
판테온에서 확인한 아치 원리는 이후 로마의 다리, 수도교, 원형경기장에 그대로 이어졌어요. 콜로세움의 층층이 뚫린 아치도, 시내 곳곳의 수도교 잔해도 같은 원리로 서 있어요. 판테온의 돔은 후대의 성 베드로 대성당과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 같은 건축에도 영향을 미쳤어요.
콜로세움에서 베네치아 광장까지 걸어갈 계획이라면 가이드북의 '포리 임페리알리 걷기' 챕터와 이어서 보면 동선이 자연스러워요. 판테온을 먼저 보고 가면 길에서 마주치는 아치 하나하나가 다른 의미로 다가올 거예요.
- 콜로세움 외벽의 겹겹 아치 — 판테온 돔과 같은 하중 분산 원리
- 로마 시내 곳곳의 수도교·다리 잔해 — 쐐기형 돌과 머릿돌로 버티는 구조
-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돔 — 판테온 돔의 영향을 받은 후대 걸작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지 성당과 카라바조 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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