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정할 것, 일정의 마지막 도시가 어디인가
로마·피렌체·베네치아·밀라노는 잘 사는 품목이 뚜렷하게 달라요. 그래서 '뭘 살까'보다 먼저 정할 건 '어느 도시가 일정의 마지막인가'예요. 올리브오일, 유리 공예품, 큰 가면처럼 무겁거나 깨지기 쉬운 물건은 마지막 도시에서 사야 남은 일정 내내 끌고 다니지 않아요.
반대로 포켓 커피, 마르비스 치약, 라바짜·일리 캡슐처럼 전국 어느 마트에서나 파는 물건은 도시를 고를 필요가 없어요. 대신 관광지 한복판 마트보다 외곽 동네 마트가 눈에 띄게 싸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요. 마르비스는 2026년 9월 기준 마트에서 4유로 안팎이지만 시내 약국이나 관광지 매장은 7~8유로를 받아요. 마트 품목은 가이드북의 '이탈리아 마트 장보기, 커피·올리브유·치약은 이렇게 고르세요' 챕터에 라벨 보는 법까지 정리돼 있어요.
로마는 가볍고 그곳에서만 나오는 것
로마의 대표 품목은 바티칸 기념품이에요. 바티칸 우체국에서 부친 엽서는 바티칸 소인이 찍혀 도착하고, 묵주나 십자가 펜던트는 공식 숍에서만 살 수 있어 다른 도시로 대체가 안 돼요. 두 번째는 판테온 근처 카페 타짜 도르의 커피콩 초콜릿이에요. 작고 값이 부담 없어 직장 동료에게 나눠 주기 좋고, 포장에 카페 이름이 크게 적혀 있어 선물 티가 나요.
가죽과 올리브오일은 로마에서도 팔지만 굳이 로마에서 살 이유는 없어요. 가죽은 피렌체와 밀라노 쪽이 선택지가 넓고, 무거운 식료품은 로마가 마지막 도시일 때만 이탈리 같은 푸드 마켓에서 담으세요.
피렌체는 가죽, 단 노점이 아니라 그 뒤편 상점
피렌체 가죽시장은 노점이 앞을 가리고 있지만, 살 곳은 골목 안쪽 벽면의 가죽 전문점이에요. 노점은 호객이 심하고 저렴한 가방은 안쪽 마감이 엉성한 경우가 많아요. 뒤편 상점은 값이 조금 높아도 주인이 직접 관리해 품질이 안정적이에요. 여러 명에게 돌릴 선물이면 색상이 다양하고 얇은 가죽 카드 지갑이 가장 실패가 적고, 장갑은 베키오 다리 건너편의 전문점 마도바가 유명해요.
가죽 다음은 산타마리아 노벨라 본점이에요. 한국 백화점에도 들어와 있지만 본점에서 택스 리펀까지 받으면 가격 차이가 나고, 향수·아기용·반려견용처럼 분점에서 보기 어려운 라인도 있어요. 미술관 기념품 숍의 자석과 가죽 책갈피는 가볍고 품질이 좋아 캐리어 무게가 걱정될 때 고르기 좋아요. 짐이 넘치면 가죽시장 안쪽에 한국행 택배를 받아 주는 사무실이 있어요.
베네치아는 예쁜 만큼 무거운 것, 작은 버전으로
가면과 유리 공예품은 베네치아에서만 나오는 특산품이지만 기념품으로는 가장 까다로운 품목이에요. 화려할수록 크고 깨지기 쉬워서 베네치아가 마지막 일정이 아니면 들고 다니기 어려워요. 그래서 고르는 기준은 작은 버전이에요.
스카프·머플러는 화려한 관광지 디자인보다 매일 두를 수 있는 무난한 색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카페 플로리안의 핫초코나 커피잔이 베네치아 티가 나는 선물이에요.
- 가면은 벽걸이 대신 마그넷 형태로 고르기
- 유리 공예는 어항 모양 소품이나 작은 탁상 시계 정도의 크기로
- 유리잔은 가격대가 있지만 두고두고 쓸 한 개는 나를 위한 선물로
- 유리 귀걸이는 무거워 착용감이 떨어지니 피하는 편이 나아요
- 부라노 레이스와 스카프는 가볍고 봄·가을·겨울 내내 쓰여요
밀라노는 본점 한정 아이템과 술
밀라노에서 사야 할 것은 다른 도시에 없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몬테나폴레오네·델라 스피가 등 황금 사각지대의 브랜드 본점에서만 파는 시즌 한정 디자인, 다른 하나는 롬바르디아의 스파클링 와인 프랑차코르타와 증류주 그라파예요. 두오모 근처 고급 식료품점 펙에서 시음하고 고를 수 있는데, 병 제품이니 역시 밀라노가 마지막 도시일 때 유리해요.
파네토네는 연중 살 수 있고 부피에 비해 가벼워 밀라노가 중간 일정이어도 괜찮아요. 백화점은 두오모 옆 라 리나센테에서 환급 서류를 미리 만들어 두면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요.
아울렛은 한 곳만, 더몰과 노벤타 중 고르기
아울렛을 두 곳 가는 일정은 거의 낭비예요. 피렌체 더몰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모여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고, 오픈 시간부터 대형 매장 앞에 줄이 서요. 시내에서 왕복 두 시간 가까이 걸리고 돌아오는 버스가 한 시간 간격이라 반나절로는 빠듯해요. 베네치아 노벤타는 같은 명품 브랜드에 스포츠·아동복까지 폭이 넓고 훨씬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요. 피아짤레 로마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있고, 기차로 산 도나 디 피아베까지 30분 정도 간 뒤 택시를 타는 방법도 있어요.
어느 쪽이든 택스 리펀은 한 매장 영수증 한 장에 70유로 이상이면 돼요(2024년 2월에 기준이 크게 낮아졌어요). 여권을 챙기고, 사고 싶은 브랜드 순서를 정해 그 매장부터 들르세요. 두 아울렛의 입점 브랜드와 교통은 '피렌체 아울렛, 더몰과 프라다스페이스는 어떤가요?'와 '베네치아 노벤타·몽클레어 아울렛 가는 법과 브랜드' 챕터에 자세히 나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