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마다 계절이 다르다는 전제로 짐을 싼다
유럽은 한 나라 안에서도 위도 차이가 커서 같은 달에 다른 계절 옷이 필요할 수 있어요. 서울과 부산의 위도 차가 2도 정도인데 파리와 니스는 5도쯤 벌어지고, 로마나 스페인은 그보다 더 남쪽이에요. 초가을에 파리와 남프랑스를 함께 도는 일정이라면 파리에서는 가을옷, 남부에서는 여름옷이 필요해 캐리어가 두 개로 늘기 쉬워요. 출발 전에 들르는 도시별로 날씨를 따로 확인하는 게 먼저예요.
짐이 늘면 이동 방식도 달라져요. 큰 캐리어 두 개에 아이까지 데리고 지하철로 시내에 들어가는 건 무리이므로, 공항에서 첫 숙소까지는 택시나 우버·볼트 같은 차량 호출이 현실적이에요. 파리 공항 택시는 시내까지 정찰 요금이고 우버·볼트는 거리와 시간대 수요에 따라 요금이 변하니, 짐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두 쪽 요금을 비교해 싼 쪽을 고르면 돼요. 우버·볼트 승차장은 택시 승차장 바로 위층에 있어요. 입국 절차 자체는 가이드북의 '유럽 EES 입국심사, 처음이면 헷갈리는 공항 순서' 챕터를 먼저 읽어 두면 도움이 돼요.
가장 중요한 곳을 첫날에 넣는다
아이와 다니면 컨디션 변수가 커서 뒤로 미룬 일정은 못 하고 끝나기 쉬워요. 그래서 그 도시에서 꼭 봐야 할 한 곳은 첫날에 넣는 게 안전해요. 파리라면 에펠탑이 그 자리예요. 가족 스냅 사진도 같은 이유로 여행 초반에 찍어야 얼굴이 가장 생기 있을 때 남길 수 있어요.
비 계획도 미리 세워 둬요. 유럽은 생각보다 비가 잦아서 일주일 여행이면 하루 이틀은 비가 온다고 보고 가야 실망이 적어요. 우산을 쓰고 에펠탑 쪽으로 걷는 뒷모습을 찍어 흑백으로 바꾸면 비 오는 날만의 사진이 되는 식으로, 비가 와도 괜찮은 대안을 명소마다 하나씩 정해 두면 돼요.
박물관은 오픈 직후, 대표작 세 점으로 끝낸다
박물관을 싫어하는 아이라도 학교에서 배운 랜드마크는 가 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땐 오래 머무는 대신 오픈 시간에 맞춰 들어가 대표작만 보고 나오는 게 아이도 어른도 덜 지쳐요. 루브르에서 가장 알려진 세 점은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예요. 이 셋만 효율적으로 돌고 유리 피라미드 앞에서 사진을 찍는 정도로 마무리하면 반나절 안에 끝나요.
루브르·베르사유 같은 곳은 티켓을 미리 예매하는 게 기본이에요. 다만 중개 사이트에는 개장 직후 시간대 티켓이 잘 없는 경우가 있어요. 오전 개장에 맞추려면 공식 홈페이지, 오후 관람이면 쿠폰이 붙는 중개 사이트에서 예매하는 식으로 나누면 돼요. 9시 예약이라도 8시 반쯤엔 이미 줄이 서 있으니 그 전에 도착하는 게 좋아요.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루에 하나씩 심는다
박물관 대신 아이가 주도할 수 있는 일을 하루에 하나씩 넣으면 일정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져요.
- 동네 시장에서 장 보기: 파리에는 요일마다 서는 장이 있어요(수·토요일에만 열리는 시장도 있어요). 장 봐서 에펠탑 앞 잔디나 베르사유 정원에서 피크닉을 하면 식당보다 아이가 편해요.
- 엽서 보내기: 파리 우체국 도장이 찍힌 엽서를 집으로 보내면 돌아온 뒤 우편함에서 여행이 한 번 더 도착해요.
- 캐리커처: 몽마르트르 화가들의 광장에서 빨리 그려 주는 화가에게 아이 얼굴을 맡기면 기념품이 돼요.
- 도서관 같은 공간: 프랑스 국립도서관처럼 '해리포터 도서관 같은 곳'이라고 소개하면 아이가 먼저 가자고 하기도 해요.
도시 이동은 아침 기차, 남부는 한 숙소에 오래
파리에서 남부로 내려갈 땐 기차 시간대에 따라 요금 차이가 커요. 이른 아침 열차가 오전 중반 열차보다 1인당 몇만 원씩 싼 날이 많아서, 세 식구면 차이가 10만 원 넘게 벌어지기도 해요. 아이를 깨우는 게 힘들어도 이른 기차를 고를 만한 금액이에요. 역 표지판이 낯설면 가이드북의 '유럽 공항·기차역 표지판, 영어 이름만 찾다가 헤매는 이유' 챕터가 도움이 돼요.
남부에서는 도시를 옮겨 다니는 대신 한 마을에 4~5박 머무는 쪽이 아이와 맞아요. 니스 옆 빌프랑슈쉬르메르 같은 작은 마을에 숙소를 잡고 렌터카로 근교를 오가면 여행자보다 잠깐 사는 사람처럼 지내는 리듬이 생겨요. 아비뇽처럼 잠깐 들르는 도시는 역 코인로커에 짐을 맡기고 마을 산책, 점심, 교황청 외관 보기 정도로 가볍게 잡아요. 미슐랭 식당 한 끼도 파리나 니스보다는 중간에 지나는 작은 마을에서 해결하는 편이 부담이 적어요.
하루의 끝은 아이 컨디션에 따라 둘로 나눠 둬요. 괜찮으면 에펠탑 야경까지, 힘들어하면 바로 숙소로 돌아가는 식이에요. 못 본 야경은 다음 날 저녁으로 옮길 수 있게 여유 칸을 남겨 두면 일정이 무너지지 않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