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자그레브 필수 여행지
반 옐라치치 광장 (Ban Jelačić Square)

자그레브의 심장이라 불리는 반 옐라치치 광장은 도시 여행의 출발점이자 자그레브의 상징적인 공간이에요. 현지인들에게는 약속 장소로, 여행자들에게는 도시를 이해하는 첫 관문으로 통하죠. 광장 중앙에는 19세기 오스트리아 제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이끈 영웅, 반 요시프 옐라치치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광장은 늘 활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트램이 사방으로 오가고 거리 공연자들의 음악이 흘러나오며, 주변에는 백화점, 카페, 서점, 시장이 밀집해 있어요. 저녁이 되면 건물 외벽이 조명으로 물들며 한층 더 낭만적인 분위기로 변하죠. 자그레브를 여행한다면 하루에 한 번은 이곳을 지나가게 될 거예요.
반 옐라치치의 검이 가리키는 방향

자그레브의 중심, 반 옐라치치 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 반 옐라치치 기마상은 단순한 동상이 아니라 크로아티아의 역사와 자부심을 상징하는 조각이에요. 이 기마상은 1866년 농노제를 폐지하고 민족 정체성 확립에 힘쓴 요시프 옐라치치(Josip Jelačić)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1947년,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동상은 광장에서 철거되어 미술관 지하실로 옮겨졌어요.

1990년 크로아티아가 독립을 앞두던 시기가 되어서야 기마상이 원래 자리로 돌아오며 광장 또한 이름을 되찾았답니다. 이때 동상의 검이 가리키는 방향이 바뀌었는데요, 1866년 동상이 처음 세워졌을 때는 검이 북쪽, 즉 헝가리 쪽을 향하고 있었어요. 이는 당시 헝가리와의 대립을 상징하며 “우리는 굴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죠. 하지만 1990년 기마상 복원 이후 검은 남쪽을 향하게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외세와의 싸움이 아니라, 국가의 화합과 미래를 향한 상징으로 방향이 바뀐 거예요.
돌라츠 시장 (Dolac Market)

반 옐라치치 광장 바로 위쪽 계단을 오르면 자그레브의 부엌이라 불리는 돌라츠 시장이 나옵니다. 매일 아침 빨간 파라솔 아래에서 현지 농부들이 신선한 과일, 채소, 꽃, 치즈, 꿀 등을 판매하는데, 그 활기찬 풍경만으로도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요. 시장은 일찍 열리기 때문에 오전 7시에서 9시 사이에 방문하면 가장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푸니쿨라 (Funicular) [🚨 ~ 2026.03. 공사]

상부 도시와 하부 도시를 잇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케이블카, 푸니쿨라입니다. 길이는 고작 66미터이지만 자그레브의 상징적인 교통수단이에요. 탑승 시간은 64초밖에 안되지만, 언덕 위로 오르며 점점 가까워지는 구시가지의 붉은 지붕과 돌담의 풍경이 참 인상적입니다.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이 케이블카는 지금도 여전히 원형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 타는 순간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어요。 표는 약 0.7유로로 저렴하고, 상부 도시 입구에 위치해 있어 로트르슈차크 탑이나 성 마르크 성당으로 이어지기에도 좋습니다。
돌의 문 (Stone Gate / Kamenita Vrata)

구시가지의 가장 신비로운 장소 중 하나가 바로 돌의 문이에요. 이곳은 자그레브를 지켜주는 상징적인 장소로, 중세시대 성벽의 일부로 남아 있는 유일한 성문입니다. 18세기 대화재 때 성모 마리아 그림만 기적적으로 불타지 않고 남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이후 사람들은 돌의 문을 ‘기적의 장소’로 여기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현지인들은 이곳을 지날 때 잠시 멈춰 초를 밝히고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낮에는 관광객이 많지만, 아침이나 저녁의 조용한 시간에 들으면 더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성 마르크 성당 (St. Mark’s Church)

자그레브의 대표 엽서 사진에 빠지지 않는 건물이 바로 이곳이에요. 성 마르크 성당은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오래된 성당으로, 가장 큰 특징은 다채로운 타일로 꾸며진 지붕이에요. 붉고 파란 기와로 만든 문양에는 크로아티아, 달마티아, 슬라보니아의 세 지역을 상징하는 문장과 자그레브 시 문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햇빛에 반사될 때마다 반짝이는 지붕이 정말 아름다워서 누구나 사진을 찍게 되죠. 내부에는 14세기 프레스코화와 현대 조각가 메슈트로비치의 작품도 볼 수 있습니다.
로트르슈차크 탑 (Lotrščak Tower)

성 마르크 성당 옆 언덕 끝에 서 있는 로트르슈차크 탑은 자그레브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 명소예요. 13세기 방어용 탑으로 지어졌지만 지금은 도시의 상징적인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매일 정오가 되면 대포 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이는 자그레브의 오래된 전통 중 하나예요. 과거 전투 중 정확한 시간을 알리기 위해 쏘던 신호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거랍니다. 꼭대기 전망대에 오르면 붉은 지붕이 끝없이 이어지고, 멀리 자그레브 대성당의 첨탑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로트르슈차크 탑, 정오의 소리
정확히 12시, 로트르슈차크 탑 꼭대기에서 대포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도심 전체에 울려 퍼지는 이 소리는 자그레브 시민들에게 ‘점심시간’을 알리는 일상의 신호예요. 여행 중 우연히 이 소리를 듣는다면, 그 순간 자그레브의 하루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 셈이죠。
깨진 관계에 관한 박물관 (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

실연 박물관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름부터 특별한 이 박물관은 ‘이별’이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세계 각국 사람들이 자신이 겪은 이별의 흔적을 기증한 물건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사연이 담긴 물건 하나하나가 짙은 감정을 전해요. 슬픔보다는 인간적인 따뜻함과 공감이 묻어나는 공간이라, 오히려 위로받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입장료는 약 5유로 정도이며, 내부에는 작은 카페도 있어 여운을 느끼며 커피 한 잔 하기에 좋아요. 자그레브 여행 중 감성적인 쉼표가 되어줄 곳입니다。
자그레브 대성당 (Zagreb Cathedral) [🚨 내·외부 공사]

자그레브에서 가장 웅장한 건축물이자 도시의 상징이에요. 두 개의 뾰족한 첨탑이 하늘로 뻗은 모습은 어디서나 눈에 띄죠. 13세기에 세워진 뒤 여러 차례 지진과 전쟁으로 손상되었지만, 그때마다 복원되며 자그레브의 정신을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내부는 고딕 양식으로 장엄하면서도 정교한 조각으로 가득하고,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울려 퍼질 때면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돕니다. 대성당 앞 광장에서는 늘 비둘기가 모여들고, 관광객들은 그 앞에서 사진을 남기며 여행의 추억을 담아가죠。
자그레브 대성당, 무너져도 다시 서는 도시의 심장

자그레브 대성당(Zagreb Cathedral)은 한마디로 “무너져도 다시 서는” 자그레브의 역사 그 자체예요. 이 대성당은 천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많은 재난을 겪으면서도 늘 그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11세기 교구 설립과 함께 처음 지어진 성당은 몽골의 침입(1242년)으로 한 차례 파괴되었고, 17세기에는 두 차례의 화재로 큰 손실을 입었어요. 이후 방어용 성벽이 세워지고, 르네상스 양식의 종탑이 추가되면서 여러 시대의 흔적이 겹겹이 쌓인 독특한 건축물이 되었죠. 하지만 자그레브 대성당이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건 1880년 대지진 이후입니다. 당시 성당은 거의 폐허로 변했지만, 헤르만 볼레(Hermann Bollé)의 주도로 신고딕 양식으로 완전히 복원되었어요. 지금 우리가 보는 쌍둥이 첨탑도 그때 세워진 겁니다.

당시 사용된 자재의 품질이 그리 좋지 않았던 탓에, 세월이 흐르면서 곳곳에 균열과 부식이 생겨 20세기 들어서는 지속적인 보수 공사가 필요했다고 해요. 여기에 2020년 자그레브를 강타한 지진으로 남쪽 첨탑이 무너지고 북쪽 첨탑마저 안전상의 이유로 해체되면서, 내부 천장과 벽화까지 크게 손상되었습니다. 현재도 복원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피해 규모가 워낙 커서 완전히 복구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미로고이 묘지 (Mirogoj Cemetery)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언덕 위에 자리한 미로고이 묘지는 단순한 묘지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공간입니다. 녹색 돔과 아치형 회랑이 이어지는 모습이 마치 궁전 같아요. 크로아티아의 유명 조각가 이반 메슈트로비치가 설계했으며, 크로아티아의 작가, 예술가, 정치인들이 많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묘지이지만 전혀 음침하지 않고 오히려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라 산책하기에도 좋아요. 특히 가을에 방문하면 황금빛 낙엽이 돔과 회랑 위로 흩날리며 환상적인 풍경을 만듭니다。
죽음이 아니라 평화의 정원이 된 미로고이
미로고이는 자그레브 사람들이 삶의 끝을 맞이하는 장소이지만, 그들은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평화로운 귀향’으로 여긴다고 해요. 그래서 묘지조차 아름다운 정원처럼 가꿔두었죠. 이곳을 걷다 보면 오히려 삶의 소중함과 평온함이 마음 깊이 전해집니다。
2-2. 취향 따라 골라보는 자그레브 추천지
예술과 감성의 거리 산책

자그레브는 크로아티아의 수도이지만, 동시에 예술가들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도시 곳곳에 미술관과 갤러리가 숨어 있고, 거리에는 독창적인 설치미술과 벽화가 이어져 있어요. 특히 톰슬라브 광장에서 시작해 예라치치 광장을 거쳐 크로아티아 국립극장까지 이어지는 ‘레누치 호스슈(Lenuci Horseshoe)’ 구역은 도시 속 미술 산책로로 불립니다. 이 구간에는 크로아티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극장, 고고학 박물관 그리고 아트 파빌리온이 모여 있어 늘 예술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주말이면 거리 공연자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노천카페 주변에는 화가들이 작은 캔버스를 펼쳐놓고 그림을 그리죠. 상부 도시의 그라데츠 거리에서는 여름마다 ‘자그레브 거리 미술제’가 열리는데, 현지 예술가들이 거리 곳곳을 무대로 삼아 공연과 전시를 펼쳐요. 여행 중 그 시기를 만난다면 도시 전체가 갤러리로 변하는 장면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예술가의 숨결, 메슈트로비치 갤러리(Meštrović Gallery)

크로아티아를 대표하는 조각가 이반 메슈트로비치의 옛 작업실이 지금은 작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들은 단순한 조각을 넘어 인간의 내면과 영혼을 표현한 예술로 평가받아요. 조용한 정원 속에서 그의 작품을 마주하면, 자그레브 예술의 깊이를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도시 속 쉼표, 자그레브의 공원 산책

예술과 역사, 그 모든 이야기 속에서도 자그레브가 가장 자그레브답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어요. 바로 초록이 가득한 공원 속을 걸을 때예요. 이 도시는 크로아티아의 수도이면서도 ‘공원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죠. 도시 한가운데서도 새소리가 들리고, 조금만 걸으면 나무 그늘이 반겨주는 곳, 그게 바로 자그레브예요. 도심에서 가장 사랑받는 곳은 단연 마크시미르 공원(Maksimir Park)입니다. 18세기에 만들어진 이곳은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이자,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도시형 공원이에요. 호수 다섯 개와 나무가 우거진 산책로, 그리고 조용히 앉을 수 있는 벤치들이 이어져 있어서 현지인들은 이곳을 “도시의 숨”이라 부르죠. 아침에는 조깅을 하는 사람들로, 오후에는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들로 가득합니다. 공원 안쪽에는 자그레브 동물원(Zoo Zagreb)도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오는 사람들도 많아요.
밤이 아름다운 자그레브

낮의 자그레브가 따뜻하고 정겨운 도시라면, 밤의 자그레브는 그보다 훨씬 세련되고 낭만적입니다. 해가 지면 구시가지의 붉은 지붕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대신 노란 가로등 불빛이 돌길 위를 부드럽게 감싸요. 트칼치체바 거리는 밤이 되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는데, 낮에는 커피 향으로 가득하던 거리가 밤에는 재즈와 와인의 향기로 변합니다. 바와 레스토랑들이 문을 열고, 거리 공연이 이어지며,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도시의 밤을 즐기죠. 여름에는 광장 곳곳에서 야외 콘서트나 영화 상영도 열립니다. 조용한 밤을 원한다면 사보타 거리 주변의 루프탑 바에서 시내 야경을 바라보며 와인 한 잔 하는 것도 좋아요。
자그레브 근교 여행

자그레브를 충분히 둘러봤다면, 근교로 발길을 넓혀보는 것도 좋습니다. 대표적인 당일치기 여행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이에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16개의 호수가 폭포로 연결된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하죠. 자그레브에서 버스로 약 2시간 반 정도 소요되며, 아침 일찍 출발해 하루 코스로 다녀오기 좋습니다.

또 하나 추천할 곳은 작은 마을 사모보르(Samobor)예요. 자그레브에서 버스로 단 30분 거리인데, 고풍스러운 거리와 디저트 ‘크렘슈니타(Kremšnita)’로 유명합니다. 현지인들도 주말 나들이로 자주 찾는 곳이에요. 여유로운 오후에는 야룬 호수(Jarun Lake)를 산책해보세요. 도시 속에서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휴식지로, 자전거를 타거나 호수 옆 바에서 맥주 한 잔 하며 시간을 보내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