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사말

안녕하세요? 이탈리아 피렌체에 살고 있는 강종구입니다.
피렌체는 이탈리아의 중부에 위치한 토스카나 주의 주도입니다.
인구 약 38만명 정도니까 우리나라 도시 중에서는 김포시 정도가 비슷한 규모입니다. 그러니 피렌체는 그리 크지 않은 도시입니다.
이탈리아의 수도는 로마입니다.
인구 약 290만의 로마가 이탈리아 정치 경제의 중심지이지요.
하지만 문화에 있어서는 피렌체가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단적으로, 이탈리아어의 표준어는 피렌체, 토스카나 말을 모체로 두고 있습니다.
도시 국가의 전통이 아직도 강한 현대 이탈리아에서
표준어로 하필 토스카나의 방언이 선택된 이유는 이렇습니다.
먼저 피렌체 출신의 유명한 작가인 단테가 뛰어난 필력을 발휘한 작품, 신곡이 이탈리아 대중들에게 널리 영향을 끼쳤기 때문입니다.
단테는 고급어로 취급되었던 라틴어가 아닌 대중적인 토스카나의 이탈리아어로 뛰어난 작품을 발표하여, 이탈리아 언어 사용자에게 일종의 언어적 모범을 선보인 대단한 작가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토스카나의 말이 외국어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았기 때문에 표준어로 선택된 점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토스카나가 국토의 한 가운데 있어서 그렇습니다.
사실 피렌체는 르네상스로 유명합니다.
유럽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메디치 가문이 이끌던 도시인 피렌체에서 르네상스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 등장한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붉은색 두오모로 기억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관광도시이면서
가방과 신발 등을 만드는 가죽 산업이 잘 발달된 산업도시입니다.
여행자들에게는 유명한 로마와 베니스를 둘러보는 와중에 중간에 들르기 좋은
편리한 접근성을 가진 곳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피렌체는, 오늘의 주제인 맛에 관해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미식도시입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와인인 키안티 와인과,
토스카나만의 알싸함이 있는 올리브유가 유명한 토스카나는 그 전체가 이탈리아의 맛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투어에서는 피렌체와 토스카나, 그리고 이곳의 음식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2피렌체, 토스카나의 역사와 식문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피렌체는 현대 유럽 문명에 대단한 영향을 미친 르네상스가 시작된 곳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르네상스의 흔적을 보러 이 곳을 찾으시는데요.
베키오 궁이나 우피치 미술관, 두오모등이 유명합니다. 하지만 피렌체를 포함한 토스카나는 로마가 이곳을 정복하기 전, 에트루리아 인들의 땅이었습니다.
토스카나라는 이름이 바로 그 흔적입니다. 고대 로마에서 에트루리아 인들을 투스키 또는 에트루스키라고 불렸습니다.
이탈리아어로 토스카나, 영어로 투스카니는 에트루리아 인들이 사는 곳을 뜻하는 말에서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에트루리아는 기원전 8세기쯤부터 존재하다가 차츰 로마와 동화된 오래된 문명입니다. 그래서 그 면모가 자세히 알려져있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훌륭한 건축과 조각 기술을 갖고 있었고, 그리스로부터 전래된 현재의 이탈리아 와인 제조 전통과는 별개의 독자적인 와인 제조 법도 갖고 있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음식에도 에트루리아의 전통이 남아있습니다. 옥수수로 만든 일종의 이탈리아 식 죽, 폴렌타입니다.
옥수수는 유럽이 아메리카를 발견하고 나서 들여왔으니, 에트루리아의 시절에는 다른 곡물로 만들어 먹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정확히는 폴렌타의 조리법이 에트루리아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토스카나하면 떠오르는 넓고 푸른 구릉 사이, 높은 언덕 꼭대기에 자리한 마을들도
에트루리아로부터의 전통입니다. 멀리서 오는 적을 빨리 알아채고 방어에도 유리한 지형적 이점을 얻기 위해 고지대에 마을을 세웠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형성된 마을들이 지금도 토스카나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곳 사람들은 르네상스를 일궈낸 자랑스러운 피렌체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에트루리아의 후예라는 토스카나인으로서의 자부심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은 마을이나 도시에서도 종종 에트루리아 박물관을 잘 꾸며 놓은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피렌체와 토스카나를 여행하실 때는 에트루리아의 흔적에도 잠시 관심을 가져보시면 더욱 여행이 풍성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토스카나의 분위기를 가장 잘 느껴보려면 차를 빌려 직접 넓은 토스카나 평원을 둘러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밀밭을 지나다가 잠시 차를 세워 놓고 멋진 사진도 찍고,
중간 중간 보이는 언덕 위 작은 마을에 들러 커피를 한 잔 하거나 초록의 평원을 내려다보며 즐거운 식사를 하는 것은 한적한 토스카나를 즐기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입니다.
아마도 마을에 하나정도는 있을 에트루리아 박물관이나 유적을 둘러보면 더 좋겠고요.
만약에 일정에 여유가 없어 피렌체 여행에 시간을 할애하기도 빠듯하다면,
피렌체 밖 토스카나 여행을 위해 하루의 시간을 통째로 비우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피렌체에서 북동쪽으로 8km 정도 떨어진 피에졸레라도 잠깐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피에졸레는 로마에 의해 건설된 현재의 피렌체가 생기기 전부터 존재하던 에트루리아의 마을입니다.
현재도 고즈넉한 작은 언덕 마을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토스카나의 초록 평원과 피렌체의 원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뷰 포인트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이탈리아를 포함해서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나라가 지중해식 식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지중해 식단은 강렬한 지중해의 태양빛을 받으며 자란 신선한 채소, 곡물, 과일과 올리브유를 충분히 먹고, 해산물과 치즈로 단백질을 섭취하며 육류를 조금씩 곁들이는 것이 기본입니다.
균형잡힌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건강한 식단으로도 유명하고, 좋은 재료의 맛을 담백하게 살리는 조리법이 주는 훌륭한 맛으로도 유명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가족이나 이웃과 오랜 시간 천천히 식사를 즐기는 행복한 식사로도 잘 알려져 있고요.
이 지중해 식문화는 그 사회문화적 의미를 인정받아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토스카나의 음식 문화도 기본적으로 이 지중해 식문화를 바탕에 두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부분에서 다른 이탈리아 음식과는 좀 다른 특징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지금은 간단하게 세 가지 정도의 차이점 정도만 말씀드리고, 또 다른 이야기들은 앞으로 차차 덧붙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소고기를 많이 먹는다는 점입니다. 이탈리아는 전체적으로 육류 소비중에서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입니다. 다만, 토스카나 지방은 소고기의 비중이 다른 곳보다 좀 더 많습니다. 그것은 이 지역에서 과거에는 일소였던, 아주 덩치가 크고 하얀 키아니나 품종의 소를 많이 기르기 때문입니다. 키아니나 수소는 2톤까지 나간다고 하더라고요.
이탈리아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올리브유도 토스카나는 좀 다릅니다. 이 지역에서 주로 재배하는 프란토이오 Frantoio 품종은 다른 올리브유에 비해 알싸한 끝맛이 좀 더 강조된 편입니다. 수확도 다른 올리브 보다 좀 빠르게 이뤄진다고 하고요. 그래서, 비록 기름이지만, 토스카나의 올리브유는 유난히 고기와의 궁합도 좋은 편입니다. 토스카나의 고기를 구워 올리브유를 살짝 뿌리면 놀랍게도 느끼함이 줄어드는 좋은 맛의 조화를 볼수 있습니다.
그리고 토스카나의 와인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지요. 단단한 바디감과 복잡 미묘하면서도 매력적인 신맛이 특징적인 키안티 와인이 바로 토스카나의 대표적 와인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거의 전국에서 와인이 생산되며, 지역마다 자신들의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토스카나의 와인은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갖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으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꼽을 수 있습니다. 피에몬테 지방의 바롤로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두 와인 중 하나라는 평을 듣는 술입니다. 이탈리아는 그 어느 곳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와인을 맛 볼 수 있는 곳이니 여행 중에 최대한 다양한 방식으로 와인을 즐겨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