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사말

안녕하세요! 로마에서 꼭 방문해야 할 성당들의 역사와 예술을 소개해드리는 이탈리아 국가 공인가이드 키아라입니다.
바실리카 산 파올로 푸오리 레 무라. 성 밖의 바오로 성당이라고 하는 낯선 이름만큼 사실 첫 이탈리아 여행에서 이 곳을 찾는 여행자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 베드로 대성당,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과 함께 로마 4대 성당에 들어가는 즉 로마에서 꼭 방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성당 중 하나랍니다.
그런데 위치가 로마 시내에 위치하지 않다보니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가이드북이나 소개에서도 이 성당을 안내하는 곳이 많지 않아요. 하지만 알고보면 테르미니역에서 지하철 B선을 타고 성당 앞 지하철역 산 파올로 역까지 20분도 채 걸리지 않을만큼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기독교 신자인 분들은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사도 바오로의 무덤 위에 지어진 성당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 하지만 꼭 교회나 성당을 다니지 않는다 하더라도 로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이자 규모에 있어서도 성 베드로 대성당 다음으로 큰 성당입니다. 또 조용하게 산책하며 색다른 로마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구요. 그렇기에 혹시 로마를 두번째 혹은 그 이상 방문했는데 아직 이 성당을 가본 적이 없다면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 그리고 성당 방문시에는 혹시 옷차림 규정이 있는 것 알고 계시죠? 더운 시즌이 되면 나시, 무릎 위로 올라가는 미니스커트나 짧은 반바지, 조리 등은 착용하고 성당 입장이 안되요. 어깨나 무릎 부분을 덮을 수 있는 스카프 등을 함께 챙겨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잊지 마시고 투어를 사전에 다운로드해두시면 여행 중 투어 재생할 때 조금 더 편하실 거예요. 유럽 성당이나 박물관은 특히 휴대폰 통신이 잘 안잡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강조드리고 싶구요.
어플을 통해 투어를 이용하실 때 재생하면서 기본적인 속도조절이나 구간 이동도 가능하구요. 또 재생 중에 나타나는 빨간 선을 꾹 누르면 앞 뒤 5초간 구간 이동 외에도 자유롭게 원하는 만큼 재생바를 이동할 수 있답니다. 오디오 가이드의 장점 중 하나가 놓쳤을 때 다시 듣기가 가능하다는 점이니만큼, 여행 중에 잘 활용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여행전듣기] 바오로 성인 이야기
![[여행전듣기] 바오로 성인 이야기](https://static.tourlive.co.kr/static/tour/2022/03/24/tour_track/9751/bf7aa5eeab1f11ecadf102420a0000dc/image/1648091338_PapalediSan_img05.jfif)
혹자는 “예수가 없었다면 바오로도 없었겠지만, 바오로가 없었다면 지금의 기독교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할만큼 기독교 역사에서 큰 영향을 발휘했던 인물.
믿음, 소망, 사랑. 어쩐 지 어느 집 벽에 걸려있을 법한 이 세 가지를 강조했던 인물.
신약성서의 절반 가까이를 집필한 인물
하지만 예수의 제자도 아니고, 심지어 예수를 직접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 오늘 소개해드리려고 하는 바오로 성인입니다.
이 시간에는 성 밖의 바오로 성당 방문 전에 미리 바오로 성인에 대해 이야기를 드려볼까 합니다. 유럽이나 기독교 문화권에서 베드로 성인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 성인이기 때문에 여행 배경지식으로 가볍게 들어주시면 성당이나 미술관에서 바오로 성인에 대해서만큼은 아하! 이 내용이구나 하실 수 있을 거예요. 특히 종교가 따로 없고 기독교의 이야기가 낯선 분들에게는 더더욱 여행 전 도움이 되실 거예요.
저는 새삼 성인들의 이름으로 도시 이름도 많이 지었구나 싶을 때가 많았는데, 브라질의 상파올로가 바로 이 성인의 이름을 딴 도시잖아요. 이탈리아어로 산 파올로, 영어의 세인트 폴, 우리나라에서는 성당에선 바오로, 교회에서는 바울로 불리지만 모두 오늘 소개해드릴 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오늘은 이탈리아어 발음에 더 가깝게 번역한 발음으로 바오로라고 통일해서 말씀을 드릴게요.
아! 잠깐 참고사진도 하나 보실까요? 회화 작품에서 바오로 성인을 묘사할 때 가장 도드라진 특징인데요. 항상 약간 머리숱이 없이 까만 머리와 수염을 가진 모습으로 자주 묘사가 되요. 그리고 책이나 편지, 그리고 긴 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면 빼박 바오로 성인의 모습이 맞습니다. 책은 그가 집필한 성서를 의미하고 긴 칼은 여러 의미를 갖고 있는데 그 첫번째 의미는 기독교를 박해했던 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오잉? 기독교를 박해했다고?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원래 바오로 성인은 지금의 터키 지역에 해당하는 당시 소아시아 타르소스라는 지역에서 기원 후 약 5년경 태어났다고 여겨져요. 로마제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유대인. 그리고 당시 유대인들의 언어 히브리어로 불리우는 이름은 높은 자를 의미하는 사울. 이것이 원래 바오로 성인이 기독교인이 되기 전의 그를 설명할 수 있는 타이틀인데요. 신실한 유대인으로서 당시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대인들 사이에서 서서히 교세를 확장하고 있었던 기독교는 당시 유대인들에게는 이단과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었죠.
자, 그런데 신실한 유대인으로서 기독교를 박해하던 입장에 있었던 이 인물이 어떻게 기독교인이 되었을까. 이 부분은 참고그림을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전해드려볼게요. ‘바오로의 회심’이라고 표현되는 이 주제는 정말 많이 다뤄져서 유럽 여행하면서 곳곳에서 많이 보실 수 있으니까 기억해두시면 특히 좋은데요. 지금 보여드리는 그림은 바로크의 거장 카라바조가 그린 작품이예요. 이 그림에서처럼 말이 있고, 그 말 아래 굴러떨어진 남자가 있으면 백이면 백, 지금 소개해드리는 이야기입니다. 아, 그런데 이 때 하나 미리 알고 계시면 좋을 것이 원래 바오로 성인의 또 다른 이름이 있었다고 해요. 바오로, 파울루스는 그리스어, 라틴어로 낮은 자를 의미하는 이름인데 원래 유대인으로서 히브리어로 불리웠던 이름은 높은 자를 의미하는 사울이라고 불리웠다는 건 참고해주시구요.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기독교를 박해하려고 나선 바오로가 말을 타고 다마스쿠스로 향하던 길에 마치 지진처럼 땅이 흔들리고 굉음이 나면서 말에서 굴러떨어지고 말았답니다. 그런데 땅에 떨어진 그를 향해 환한 빛이 비춰 눈도 뜨지 못하는데 그 빛 속에서 예수의 음성이 들렸다고 하죠. “사울아, 사울아 너가 나를 왜 박해하느냐” 목소리에 놀라 누구냐 묻는 사울에게 “나는 네가 박해하는 나사렛 사람, 예수다”라는 그 목소리에 유대인으로서 이단이라고 생각했던 예수의 목소리를 듣고 혼란에 빠집니다.
어둠속에서 신의 목소리를 들은 유대인 사울은 자신이 들었던 그 목소리, 신을 만나는 경험 후 기독교인으로서 세례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예수의 제자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사명, 방향성을 깨닫고 정하게 되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독교는 유대교의 한 갈래에서 시작되잖아요. 그래서 예수의 제자들, 12사도들은 주로 유대인을 대상으로 기독교를 전하기 시작했고, 그 중에서 베드로 성인의 권위와 영향력이 점점 올라가면서 ‘유대인들의 사도’ 역할을 맡는 반면 바오로 성인은 ‘이방인들의 사도’의 역할을 맡게 됩니다.
기원 후 약 35년부터 60년 사이에 세 번의 선교 여행을 포함해 지금의 그리스, 터키 지역에 해당하는 아테네, 테살로니키, 코린토, 에페소스 등을 다니며 교회 공동체를 조직하고 선교활동을 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깊이 있는 율법 지식과 그리스적 교양을 갖춘 인물이었던 지라 특히 다양한 지역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나 소통을 하는데에 도움이 되었을 거예요. 그리고 로마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구요.
참고그림 보시면 교회를 받치고 있는 왼쪽의 하얀 머리의 베드로, 오른쪽의 머리숱이 적고 긴 수염을 가진 바오로. 두 성인의 모습이 함께 묘사되고 있는데요. 약 4세기 무렵부터 베드로와 바오로 성인은 교회의 기둥으로 이렇게 자주 함께 그려졌다고 해요. 실제 로마의 수호 성인도 베드로와 바오로 성인 둘인거… 알고 계시죠?:) 그래서 두 성인을 함께 기리는 축일 6월 29일에 로마만 공휴일로 쉬어요! 참고하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오로 성인이 들고 있는 칼의 세번째 의미! 바로 순교도구인거죠. 많은 기독교 성인들이 자신의 순교 도구를 들고 나오잖아요. 바오로 성인은 베드로와 마찬가지로 기원 후 64년경 로마에 머물고 있었는데요. 당시 황제였던 네로가 그 때에 있었던 로마 대화재의 범인을 기독교인으로 지목하면서 당시 로마 기독교인들이 목숨을 잃죠. 베드로 성인이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고 묻힌 곳이 바티칸, 지금의 베드로 대성당이 되었고. 당시 바오로 성인은 기독교 신자지만 동시에 로마 시민권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나마 덜 고통스럽게 처형한 방법이 바로 참수형이었습니다.
로마 외곽 지역, 고대에는 아쿠아 살비에라고 불리웠던 지역으로 끌려가 참수를 당했는데요. 자료그림을 보시면 바티칸 회화관에 있는 조또라고 하는 화가가 그린 바오로 성인의 순교 장면이예요. 참수를 당한 순간 목이 땅에 세 번 구르며 떨어지는데 그림에도 일부러 세 개의 표시를 해놓았죠. 바오로 성인의 머리가 닿았던 자리마다 성수가 샘솟았고 그래서 참수터 위에 지어진 성당은 세개의 샘을 의미하는 트레 폰타네 성당이라고 부르고 있답니다.
기원 후 5년 경에 유대인으로 태어났지만 기원 후 67년경 로마에서 기독교인으로서 순교할 때까지 그의 행보는 유대교의 한 갈래로 시작되었던 기독교를 지금의 세계적인 종교가 되는 그 발판을 만들었던 인물로 평가를 받습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 바오로 성인이 순교한 이후 그의 시신은 어찌 되었는 지, 그 위의 성당! 우리가 함께 여행할 성 밖의 바오로 성당은 어떻게 지어지게 되었는 지 그 역사도 미리 확인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