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하에 머무는 동안 단 하루 시간을 낼 수 있다면? 북적이는 도시를 벗어나 조금 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지금 이 트랙을 듣고 계신 분들, 잘 오셨습니다. 쿠트나 호라는 여러분이 찾으시던 곳이에요. 프라하에서 기차로 약 1시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이 도시가 여러분께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거예요. 보통 근교 소도시는 한번 정도 방문하기 마련인데, 저는 벌써 몇 번이나 이곳을 찾았답니다. 프라하에 놀러온 친구나 지인들에게도 항상 추천하는 곳이에요.
지금은 인구 2만 명의 조용한 소도시지만 한때 보헤미아 왕국에서 프라하 다음으로 중요한 도시였어요. 이 작은 땅에서 발견된 은광이 이 도시를 중세 유럽 경제의 중심지로 만들었죠. 여기서 만들어진 동전은 중세 유럽 전역에서 통용되는 화폐가 되기도 했어요.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 더. 이 도시에는 4만 명의 사람 뼈로 장식된 납골당이 있답니다.
쿠트나 호라는 어떻게 유럽 경제의 심장이 되었다가, 어떤 사건을 겪고 죽음을 이토록 아름답고 철학적으로 다루게 됐을까요?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난 현재, 어떤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까요?
오늘 이 투어는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에요. 은이 만든 영광과 죽음이 남긴 철학. 이 두 이야기가 어떻게 한 도시 안에서 만나는지 함께 걸으며 풀어드리려고 해요. 중간중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순간도 준비했습니다. 1300년대의 번화한 광장부터 조폐국에서 동전이 찍혀 나오던 현장까지. 그 시대로 타임슬립을 해 볼 거예요. 보다 편안하고 알찬 여행을 위한 정보와 꿀팁도 담았습니다.
Dobrý den. 안녕하세요. 저는 하리입니다. 체코의 매력에 빠져 프라하에 거주하며 각 도시 골목마다 쌓인 이야기를 모아왔어요. 여러분과 함께 그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쁘고 설렙니다.
자, 그럼 흥미로운 역사와 볼거리를 지닌 쿠트나 호라로 함께 떠나볼까요?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하기 전, ‘쿠트나 호라’라는 이름에 대해 알아볼까요? 사실 이 이름의 어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어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두 가지를 들려드릴게요.
첫 번째는 낭만적인 전설입니다. 세들레츠 수도원에 안톤이라는 수도사가 있었어요. 어느 날 그는 수도원 인근 숲에서 따스한 햇볕 아래 나무 그늘에 앉아 깜빡 잠이 듭니다. 잠에서 깨어난 순간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죠. 자신이 누워 있던 바로 그 자리, 땅 위로 은빛으로 빛나는 막대 세 개가 솟아 나와 있었던 거예요. 그는 서둘러 몸을 일으켜 입고 있던 길고 헐렁한 수도복을 벗어 그 신비로운 자리를 정성스레 덮어두었어요. 그리고는 한달음에 수도원으로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고 전해집니다. 안톤 수도사가 덮어두었던 수도복, 체코어로는 '쿠트나(Kutna)'라고 불러요. 그리고 훗날 바로 이 은빛 막대가 발견된 자리에서 최초의 갱도가 열렸다고 전해집니다. 수도사의 '쿠트나'가 덮였던 곳, 그래서 이 도시는 '쿠트나 호라'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게 이 전설의 결말이에요.
두 번째는 좀 더 학술적인 설명이에요. 일단 '호라(Hora)'는 채굴이 이루어지던 장소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쿠트나(Kutná)'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중세 독일어로 '구덩이'나 '굴'을 뜻하는 단어 ‘쿠타(Kutta)’에서 파생됐다는 이론이 있어요. 혹은 체코어로 ‘Kutat’, 즉 '채굴하다'라는 단어에서 왔다는 설도 있죠. 하지만 모두 추측일 뿐, 어원이 무엇인지 공식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어요.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13세기 말, 이 지역에서 실제로 거대한 은광이 발견돼요. 기록에 따르면 은광 소문을 듣고 독일어권 지역에서 수천 명의 광부들이 몰려들었다고 해요. 이후 갱구 주변에 정착지와 작은 예배당, 작업장이 빠르게 들어섰죠. 이 정착지는 처음엔 그냥 '호라(Hora)'라고만 불리다가 이후 '몬스 쿠트나(Mons Cuthna)'라는 이름을 얻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아는 '쿠트나 호라'라는 이름이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 거예요.
1300년, 보헤미아의 왕 바츨라프 2세는 이 광산촌에 광업법을 내립니다. 광산 운영에 필요한 조직과 기술 기준을 정한 법이었어요. 그리고 비슷한 시기, 보헤미아 왕국의 중앙 조폐국이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프라하 그로셴'이라는 은화를 발행하기 시작해요. 이런 특권들 덕분에 시 공식 기록은 이 도시를 '한때 왕실 직속, 프라하 다음으로 중요했던 도시'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번영은 영원하지 못했어요. 채굴이 깊어질수록 지하수 문제가 심각해졌고, 결국 은화 주조는 1547년을 기점으로 막을 내립니다. 작은 광산 마을에서 중세 유럽 경제의 중심까지 올라섰던 도시는 그렇게 서서히 조용해졌어요.
도시 이름의 어원을 살펴봤으니 이제 쿠트나 호라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를 알아볼까요? 다음 트랙에서 만나요.

쿠트나 호라로 향하기 전, 오늘 투어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 세 가지를 말씀드릴게요. 이 세 단어를 기억하고 저와 함께 이곳을 걷는다면 보시는 모든 장소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될 거예요.
첫 번째 키워드는 '은'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13세기 후반 이 지역에서 발견된 은광은 수천 명의 광부들을 끌어들였어요. 덕분에 도시는 부유해졌죠. 처음엔 그 부에 어울리지 않게 외관이 꽤나 초라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해 14세기 초에 이미 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됐어요. 처음에는 나무로 성벽을 지었는데, 곧 돌로 다시 지어야 했죠. 그마저도 빠르게 커지는 도시를 감당하기 어려워 성벽을 한 겹 더 둘러야 했습니다. 당시 이 성벽으로 둘러싸인 면적은 중세 기준 어마어마한 규모였다고 전해져요. 이런 부를 기반으로 세워진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직접 보시게 될 거예요.
두 번째 키워드는 '흑사병'입니다. 1347년부터 시작된 흑사병은 14세기 중반 유럽 인구의 상당수를 앗아간 대재앙이었어요. 보헤미아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죠. 오랫동안 학계에서는 흑사병이 보헤미아 지역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을 거라고 추정했어요. 그런데 반전이 일어납니다. 체코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가 한 납골당 주변을 발굴 조사하면서 그 추정이 틀렸다는 사실을 밝혀낸 거예요. 심지어 연구진은 발굴한 유골이 유럽에서 분석된 흑사병 관련 유골 자료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죠. 여러분이 첫 번째로 방문할 세들레츠 납골당, 그 위에 세워진 모든 성인 예배당은 바로 이 비극이 휩쓸고 지나간 직후인 1380년 무렵에 지어졌습니다.
세 번째 키워드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예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입니다. 죽음을 상징하는 이미지는 14세기 유럽 미술에서부터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하는데요, 낫과 모래시계를 든 해골의 모습이 회화와 책 삽화에 등장했어요. 이 도상은 이후 목판화와 인쇄물로 퍼져나갔죠. 죽음을 다루는 출판물은 흑사병 같은 전염병이 유행하던 시기마다 더 활발하게 만들어졌다고 해요. 16세기에서 18세기 사이 바로크 시대에는 해골과 교차된 뼈, 부러진 초 같은 상징들이 즐겨 사용되었습니다. 이 전통은 보통 그림이나 조각, 글귀처럼 죽음을 상징하는 방식으로 표현되죠. 쿠트나 호라가 특별한 건 바로 이 지점인데요, 이 도시는 그 상징을 그림이 아니라 실제 사람의 뼈 그 자체로 표현했어요.
은, 흑사병, 그리고 메멘토 모리. 이 세 단어가 오늘 우리가 걸을 모든 장소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자, 여러분. 이번 트랙에서는 투어 코스에 대해 함께 살펴보도록 할게요.
투어는 세들레츠 납골당에서 시작합니다. 이곳을 둘러본 뒤 바로 옆에 있는 세들레츠 성모 마리아 대성당으로 이동할 거예요. 그다음 구시가지로 넘어갑니다. 거기서 팔라츠케호 광장과 이탈리아 궁정, 그리고 성 야고보 성당을 차례로 보실 거예요. 마지막으로 도시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한 성 바르바라 대성당에서 본 투어가 마무리됩니다.
핵심 스팟 다섯 곳을 중심으로, 사이사이에 추가로 들를 곳들도 안내해 드릴게요.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둘러보실 수 있는 보너스 스팟도 별도로 알려드릴 거예요. 오늘 워킹 투어는 약 두 시간 반 정도 소요됩니다. 중간에 점심을 드시거나 카페에서 쉬는 시간을 고려하면 넉넉하게 네 시간에서 네 시간 반 정도 예상하시는 게 좋아요. 도보 거리는 전체적으로 길지 않고 대부분 평지라 걷기 편합니다. 다만 세들레츠 구역에서 구시가지로 넘어가는 구간은 거리가 좀 있어요. 걸어가실 수도 있고 버스를 타실 수도 있는데, 두 가지 방법 모두 뒤에서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쿠트나 호라는 작은 도시지만 막상 투어를 시작하면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다고 느끼실 거예요.
그럼 다음 트랙에서는 주요 명소 입장권 관련 정보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오늘 방문할 명소들, 입장권을 미리 챙겨야 보다 편안하게 투어를 즐기실 수 있어요. 특히 세들레츠 납골당은 예약 없이는 입장이 어려울 수 있거든요. 지금부터 하나씩 짚어드릴게요. 여행 전 꼭 체크해 주세요.
먼저 세들레츠 납골당입니다. 입장권은 바로 옆 성모마리아 대성당과 묶인 통합권으로 판매돼요. 명심하셔야 하는 중요한 사실이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전 예약이 필요해요. 시간대별 입장 인원이 엄격하게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으로 날짜와 시간 지정 후 미리 예약하는 걸 추천드려요. 가격과 예약 링크는 ‘더 알아보기’란을 확인해 주세요. 한번 구매한 티켓의 예약 시간 변경은 불가합니다. 현장 구매도 가능하나 이미 해당 시간대가 예약 마감된 경우 들어가실 수 없어요. 이런 시스템이 좀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인원 수가 제한된 만큼 더 여유롭게 내부 관람에 몰입하실 수 있답니다. 프라하에서 당일치기로 오는 관광객이 몰리는 오전 11시~오후 2시 입장권이나 성수기에는 티켓이 조기 매진될 가능성이 높아요. 때문에 일정이 정해졌다면 빨리 예약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공식 안내에 따르면 티켓 구매 시 지정한 입장 시간 최소 5분 전에 도착하시는 걸 권고드리고 있어요.
두 번째로 이탈리아 궁정, 옛 왕립 조폐국입니다. 사실 이곳은 꼭 들어가지 않아도 돼요. 이 장소에서 들려드릴 이야기의 대부분은 건물 바깥에서도 충분히 즐기실 수 있거든요. 유료 입장 시 내부에는 동전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따로 입장권을 구매하시면 됩니다.
세 번째, 성 바르바라 대성당입니다. 가격과 예약 링크는 ‘더 알아보기’ 부분을 확인해 주세요. 세들레츠 납골당과 묶은 통합권을 구매하시면 조금 더 저렴해요. 다만 통합권은 현장 구매만 가능한데요, 세들레츠 성모 마리아 대성당 근처 관광안내소에서 구매하실 수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납골당 티켓이 매진된 경우 일정에 지장이 클 수 있어 추천드리지는 않아요.
성 야고보 성당은 무료로 입장 가능합니다. 다만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이니 방문 요일을 꼭 확인해 주세요.
보너스 스팟으로 안내해 드릴 흐라덱 은광 갱도 체험은 별도의 사전 예약이 필요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트랙에서 다시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이번 트랙에서는 출발 전 알아두면 좋은 정보 몇 가지 짚어드릴게요.
도움이 필요하실 땐 관광안내소를 기억해 두세요. 구시가지 쪽에는 팔라츠케호 광장의 산크투리노프스키 저택 안에, 세들레츠 쪽에는 성모 마리아 대성당 근처에 관광안내소가 있습니다. 구시가지 쪽 안내소에서는 무료 지도, 와이파이, 그리고 잠깐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까지 제공해요.
유럽 여행하면서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 바로 화장실이죠. 세들레츠 구역에서는 납골당 매표소 옆 화장실, 구시가지에서는 관광안내소에 있는 화장실이 제일 찾기 쉬워요. 나머지 장소는 ‘더 알아보기’에 정리해 뒀으니 참고해 주세요. 쿠트나 호라는 시 차원에서 일부 공중화장실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데, 정확한 위치는 관광안내소에서 지도를 받으면서 여쭤보시는 게 가장 확실해요.
날씨와 계절에 따른 팁도 빼놓을 수 없죠. 겨울에 방문하시나요? 그럼 일몰이 오후 4시쯤으로 빠른 편이니 오전 일찍 투어를 시작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저도 유럽에 처음 왔을 때 겨울 해가 그렇게 빨리 질줄 모르고 느긋하게 일정을 짰다가 조금 곤란했던 경험이 여럿 있거든요.
걷기 편한 신발은 필수입니다. 오늘 코스는 도보로 걷는 일정이고, 일부 구간은 자갈길이라 운동화가 가장 편하실 거예요. 짐은 캐리어 같은 큰 짐보다는 작은 크로스백 정도로 가볍게 챙기고 다니시는 걸 추천드려요.
마지막으로 간단한 체코어 몇 마디 배워볼까요? 지금 알려드릴 한두 마디만 건네셔도 현지분들이 매우 좋아하실 거예요. 먼저 어느 공간에 들어가거나 처음 만났을 때 인사입니다. 도브리 덴(Dobrý den). 직역하면 ‘좋은 날’이라는 뜻인데, 두루 쓰는 인사말이에요. 감사 인사는 ‘뎨꾸이(Děkuji)’라고 하시면 됩니다. 도움을 받았을 때 이 한마디만 하셔도 충분해요. 뎨꾸이. 식당 등 어느 공간에서 나갈 때, 혹은 헤어질 때 하는 공손한 인사는 ‘나 스흘레다노우(Na shledanou)’예요. ‘또 뵙겠습니다’ 정도의 의미입니다. 다시 한번 말해볼까요? 도브리 덴, 뎨꾸이, 나 스흘레다노우.
자, 다음 트랙에서는 본격적으로 쿠트나 호라로 이동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바로 투어를 경험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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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전공자이자 현지 거주자의 눈으로 도시와 역사, 예술을 읽어드립니다.
수백 년 전 이 자리에 서 있던 사람들도 우리처럼 고민하고, 사랑하고, 무언가를 남기려고 했거든요. 그 흔적 앞에 서면 자연스레 질문이 생깁니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
사진 몇 장으로 끝나는 여행은 그만! 재미있지만 깊이 있고,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여운이 남는 투어를 만듭니다.
저와 함께 걸으시면 발걸음 닿는 곳들이 색다르게 다가올 거예요. 어쩌면 여러분 자신도요.
모든 콘텐츠는 저장해야 볼 수 있어요. 해외에서는 인터넷이 잘 안 될 수 있으니, 미리 구매하고 다운로드 해 두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