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여행과 예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구요? 아닙니다. 바로 제가 잡게 해 드리겠습니다.
예술로 스페인을 느끼는 시간, 저는 “스페인을 느끼다, 스페인feel 백인feel”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아니죠, ㄹㄹㄹ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 오셨습니다. 깜짝 놀라셨다구요? 네, 재밌습니다.
스페인어에서 R로 시작하는 단어는 굴려 주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본토 발음을 좀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귀가 편하시게끔 우리가 투어를 하는 동안은 저는 그냥 레이나 소피아라 부르겠습니다.
공식 명칭은 ‘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ía’, 우리말로 한다면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가 가장 어울릴 것 같아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이름부터 특이합니다. 레이나는 무엇이고 소피아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레이나는 스페인어로 왕비를 말하는 것이구요, 소피아는 왕비의 이름입니다.
결국 지금 오신 이 미술관은 현재 ‘스페인의 국왕인 펠리페 6세의 어머니이자, 선대 왕이었던 후안 카를로스의 아내인 소피아 왕비의 이름을 따서 개관한 곳’이라는 것이죠.
간단히 이름의 유래는 이렇다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구요.
그럼 레이나 소피아에는 어떤 미술 작품들이 있을까요?
의외로 간단한데요, 인근 프라도 미술관이 고전 미술부터 현대미술의 이전까지를 총망라하는 공간이라면 레이나 소피아는 현대미술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1999년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명대사죠, “난 한 놈만 팬다!”가 떠오르는데요?
바로 현대미술 하나만 파는 레이나 소피아, 이제 시작합니다.
함께 가시죠, 바모노스(Vamonos)!!
아, 출발하기 전에 준비물 가져오셨나요? 약 2시간 동안 여러분의 두 다리를 책임질 ‘열정’ 되겠습니다.
미술은 열정이니까요.


스페인 여행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조금 더 마음이 편한 이유는 아마도 화장실 이용이 무료인 곳이 많다는 것입니다. 파리나 런던 등에서 동전을 내고 화장실을 이용했던 경험, 다들 있으실 거예요.
하지만 아직까진 우리나라처럼 정이 많은 국가, 스페인입니다. 현지인들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냐며 근처 카페나 레스토랑에 물어보고 들어가곤 하는데요. 우리도 그렇다고 어디든 아무렇게나 들어가기가 망설여지는 것은 사실이에요. 조금 주저하게 되죠. 그럴 때 가장 만만한 곳은 어디일까요? 패스트푸드점이죠.
만약 레이나 소피아로 향하는 길에 정말 용무가 급하다면 KFC가 도보 2분, 맥도날드가 도보 4분 정도 거리로 정말 가까운 곳에 있으니 그렇게 이용하고 입장하시고요. 만약 비밀번호가 걸려 있다면? 난관이죠? 염려 마세요. 그런 경우 직원에게 가서 “화장실 비밀번호 플리즈”라고 외쳐주셔야 해요. 스페인어로는 뭐라 할까요? “엘 바뇨 꼬디고 뽀르파볼!(El Baño código, por favor)” 기억하세요. 다시 한 번요. “엘 바뇨 꼬디고 뽀르파볼.” 뭐라고요? “엘 바뇨 꼬디고 뽀르파볼.” 네, 좋습니다.
단, 누구나 이용하는 패스트푸드점은 누구나, 아무나 올 수 있죠? 그들, 소매치기를 주의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레이나 소피아에 입장을 완료한 이후라면 미술관에는 각 층마다 화장실이 있으니 어렵지 않게 이용하실 수 있겠습니다.

돈을 내고 입장하는 미술관에서 소매치기를 당하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가 한 번 소매치기가 되어 보자고요. 아! 진짜 하는 게 아니라, 가상으로 소매치기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고요. 어렵사리 남의 돈을 털어서 얻은 그 돈을 다시 내고 들어가서 CCTV가 있고 직원들이 돌아다니는 상황에서, 만약 잡혀도 도망가지 못하는 폐쇄된 공간인 전시실이 즐비한 미술관에서 남의 지갑을 훔치겠습니까? 주저할 수밖에 없죠.
소매치기 입장에서 ‘에이, 거기 들어가느니 밖에 나가서 사람 많은 관광지나 기차역 가서 할래!’ 이렇게 되는 거죠. 그들에게도 기회비용은 중요하니까요. ‘거기서 하느니 안 하고 말아’라는 뉘앙스를 주는 거죠. 중요한 건 미술관 관람 후 나왔을 때의 일이죠. 늘 사람 많은 곳에서는 가방은 앞으로 매고 다녀야 합니다.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2013년부터 스페인에서 가이드를 했던 제가 늘 하던 말이 있어요. 앞으로 매야 내 가방이라고요. 옆으로 매면? 공용 가방. 뒤로 매면? 네, 남의 가방입니다. 어느새 알 만한 여행자들에게 퍼져 있는 멘트죠. 카라비너 혹은 옷핀 등으로 지퍼를 연결해서 잠가 놓는 방법도 좋습니다. 그걸 열고 훔치기는 영 귀찮겠죠.
기억하세요, 늘 소매치기 입장에서 생각하라!

드디어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앞에 도착하셨습니다. 어떤가요? 우리가 유럽을 여행하면서 만나는 미술관들과는 조금 다름을 느끼셨나요? 네, 맞아요. 겉모습부터가 익숙한 모습이 아니죠? 레이나 소피아는 외관에서부터 “난 현대적인 건물이야”라고 말하고 있어요.
프랑스 파리와 비교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루브르나 오르세는 어떻던가요? 고전미술이 총망라된 루브르는 그 자체로 웅장하고요. 인상주의 시절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게끔 당시의 기차역을 개조한 미술관답게 19세기 시절의 건물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어요. 반면, 프랑스 현대미술의 중심인 퐁피두센터는 외관부터 독특하고 현대적이죠.
그런 느낌이 여기 마드리드도 통용되고 있답니다. 프라도와 레이나 소피아를 비교해 보면 왠지 프라도는 과거로 떠날 것 같아요. 과거의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로 가서 보티첼리를 만날 것 같고, 벨라스케스와 루벤스, 그리고 고야를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죠. 입장하기 전부터 말이죠.
그런데 레이나 소피아 입구를 딱 보세요. 우와! 상당히 세련되었구나. 지붕도 독특하고 군데군데 철골 골조와 현대적인 유리 엘리베이터가 멋스럽게 보여지고 있어요. 이것은 일부러 “나는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현대미술관이야. 어서 들어와!” 이렇게 우리에게 손짓하고 있는 것이죠.
레이나 소피아는 과거 병원이었습니다. 그 역사가 꽤 오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무려 약 300년 전인 18세기 무렵 당시 왕이었던 카를로스 3세에 의해 마드리드 최초의 종합병원으로 탄생된 건물입니다. 건축을 완성한 사람은 이탈리아 건축가 프란체스코 사바티니였는데요. 그의 이름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의 본관을 사바티니관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레이나 소피아는 1992년에 이르러서야 미술관으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걸었는데요. 이후 더 많은 공간이 필요했기에 2001년에 증축 계획을 발표합니다. 우리나라의 리움미술관 건축에도 참여한 프랑스의 세계적인 건축가죠, 장 누벨에 의해 지어진 신관이 2005년 9월 26일 드디어 개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관을 누벨관이라 부르게 된 것이죠.
오래된 건물은 사바티니, 새로운 건물은 누벨. 이렇게 기억하세요.

레이나 소피아의 소장품들은 회화 4,000점, 조각 1,400점, 드로잉 약 3,000점, 판화 5,000여점, 사진 2,600점과 비디오 30점, 약 30개의 설치미술과 많은 영상예술, 100여 개의 장식미술 등을 포함하여 약 16,200점 정도를 소장 중인데요.
놀라운 건 이 중 약 2% 만이 전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간의 문제와 보존과 연구의 필요성이 있겠죠.
레이나 소피아는 관람객들에게 말합니다. “우리가 가장 보여주고 싶은 스페인의 현대미술과 세계적 대가들의 작품을 보여줄게!'
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과 바르셀로나 피카소 미술관에서 8년간 한국 관람객을 위해 해설을 진행한 미술 전문 가이드.
EBS 세계테마기행 〈삶은 축제니까, 스페인〉 등 방송 출연을 통해 스페인 예술과 문화를 대중에게 소개해왔다.
귀국 후 본태박물관을 비롯한 국내 문화기관에서 근무하며 현장 경험을 확장했다. 현재는 미술사 강연과 예술의전당 <카라바조전>, <샤갈전> 등 전시 도슨트로 활동하며, 작품을 통해 인간과 시대를 읽는 인문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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