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저는 바르셀로나에서 11년간의 요리유학을 마치고, 서울 서촌에서 따빠스구르메라는 스페인 레스토랑을 운영한 김문정 셰프입니다. 지금은 서촌 까사비바에서 원테이블 레스토랑과 쿠킹클래스를 운영중입니다.
제가 처음 스페인음식과 사랑에 빠졌던 때가 생각납니다. 유럽배낭여행의 마지막 여행지였던 바르셀로나에서 맛본 타파스와 사랑에 빠져, 로마의 트레비분수에서도 소원을 빌지않았던 제가 몬주익언덕에서 동전을 던지며 간절히 소원을 빌었답니다.
‘따사로운 햇빛이 내리쬐고,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며, 눈부신 지중해가 있는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꼭 살아보고 싶어요’ 라구요. 그리고 3년후 저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바르셀로나로 요리유학을 떠났고 결국 스페인요리셰프가 되었습니다.
지금 이 가이드를 듣는 여러분, 어쩌면 이번 스페인을 향하는 여러분의 여행이 단순한 여행에 그치지않고 여러분의 운명을 바꾸는 놀라운 여행이 될지도 모릅니다. 왜냐구요? 매력이 넘치는 스페인음식과 문화는 여러분을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거든요. 이제 스페인음식이 좀 궁금해지시나요?
스페인 한 나라에서 4개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걸 알고계세요? 스페인어, 카탈란어, 갈리시아어, 바스크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각 지방마다 역사가 다르며 독특한 문화를 뽐내고 있습니다. 면적이 넓고, 기후도 다양해서 생산되는 식재료 또한 다양합니다.
여러분께 스페인 음식의 매력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그 음식들을 직접 해드리고싶지만 그 대신 맛깔나는 이야기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자 시작해볼까요?
00:00 크리에이터 소개: 김문정 셰프, 스페인 요리 유학을 떠나다
00:52 투어 소개: 스페인 4개 지방의 맛깔나는 음식 이야기

스페인은 한국보다 5배 정도 큽니다. 17개의 주마다 공식언어인 스페인어 외에 까딸루냐어, 바스크어, 갈리시아어가 제2의 공식언어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대중교통을 타보시면 바로 아실겁니다. 안내글 첫번째로 써있는 언어는 까딸루냐어이고 그 다음이 스페인어 마지막으로 영어가 써있습니다. 학교에서도 까딸루냐어로 수업합니다. 까딸란어방송도 있답니다. 갈리시아나 바스크 지방의 공항에 가보시면 각각의 언어가 1 순위로 써있고 그 밑에 스페인어가 써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와같이 스페인은 매우 다른 문화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나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북동쪽은 프랑스와 맞닿은 웅장한 피레네 산맥과 평온한 지중해가, 북서쪽은 칸타브리아 산맥이 대서양을 향해 뻗어있고, 드넓은대서양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남쪽에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이 그라나다를 품고 있습니다. 시에라네바다는 눈으로 덮인 산자락이라는 뜻인데 그라나다의 알함브라궁전과 함께 보이는 모습이 절경입니다.
햇빛이 가득한 넓은 땅, 면하는 바다도 넓고, 큰 산맥도 나라를 세 곳으로 가로지르며 보호도 해주니 수많은 민족들이 이 땅을 탐내지않을 수 없었겠지요. 한마디로 바람잘 날 없는 역사였습니다. 다양한 민족이 거쳐갈 때마다 상처도 남겼지만 기존의 문화와 새로운 문화가 지속적으로 섞이고 발전하고 세련화되며 지금의 스페인의 모습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럼, 어떤 민족들이 거쳐갔길래 오늘날 관광수입만으로도 먹고 살만큼의 문화유산을 갖게되었을까요? 다음 편을 들어주세요!

먼저 이베리아반도의 원주민이었던 이베리아인, 유럽에서 내려온 켈트족, 지중해에서 건너온 페니키아인과 그리스인이 살고 있었고, 포에니전쟁의 승리로 이베리아반도는 로마의 땅이 되어 로마의 영향을 받습니다. 서로마가 멸망한 후 게르만족의 일파인 서고트족이 피레네 산맥을 넘어와 왕국을 세웠으나, 정치적으로 혼란한 틈을 타서 711년, 드디어 이슬람교도인 아랍인이 지중해를 건너와 스페인 북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땅을 지배하게 됩니다. 이 때 밀려난 카톨릭 세력은 산악지방인 북부 아스투리아로 도망쳤구요. 여기서부터 약 800년에 걸친 국토회복운동이 시작되었고, 1492년이 되어서야 이사벨여왕과 페르난도 2세가 아랍인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며 지금의 스페인 국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왕실의 후원아래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아메리카의 다양한 식재료를 유럽에 전하여 스페인 뿐만 아니라 전유럽의 음식문화가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스페인을 찾은 페니키아인은 올리브나무와 포도나무를, 로마인은 생선을 소금에 절이는 방법과 올리브유 만드는 법을 알렸습니다, 아랍인들은 쌀과 커피원두, 무화과, 석류, 아몬드, 오렌지, 레몬, 사탕수수 등을 들여왔습니다. 아랍인들이 오랜 시간동안 지배하지 않았다면 지금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쌀요리 빠에야도 존재하지않았겠지요? 페니키아인과 그리스인, 로마인이 거쳐가지 않았다면 그 유명한 스페인의 올리브유도, 리오하와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 나는 세계적인 와인들도 우리의 식탁에서 만나기 어려웠을 겁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서 들여온 토마토 덕에 안달루시아를 대표하는 야채스프인 가스파쵸를 맛볼 수 있고, 츄러스를 찍어먹는 뜨뜻달콤한 초콜라떼도 맛볼 수 있는 것이죠.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맛있고 다양한 스페인음식은 결국 다양한 문화가 긴 시간의 용광로안에서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음식은 지도이고 역사이며, 맛있어서 즐거운 문화입니다.
00:00 스페인 국가의 역사
01:09 다양한 문화가 녹아든 스페인 음식 문화

본디아! 카탈루냐 지방에서의 아침인사말입니다.
스페인어로는 아침인사를 부에노스 디아스라고 하는데 많이 다르죠? 카탈루냐 지방에서는 스페인어대신 카탈란이라는 고유언어를 공식언어로 쓰고 있답니다. 카탈루냐인들은 한때 나폴리와 시칠리아, 세르데냐까지 지중해를 주름잡던 아라곤왕국의 후예들로서 스페인의 다른 지방들과는 매우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주입니다. 그러니 음식문화도 다를 수밖에 없겠지요? 카탈루냐는 아름다운 지중해와 흰 눈이 쌓인 피레네산맥이 품고 있는, 즉 산과 바다에 둘러싸여있는 매력적인 지방입니다.
이런 지리적 특징덕분에 산과 바다의 식재료를 섞어 요리하는 레시피가 발달해있는데 이를 마르 이 몬타냐라고 합니다. 마르는 바다, 몬타냐는 산이라는 뜻입니다. 피레네 산맥에서 사냥으로 잡은 야생토끼와 꿩 그리고 채취한 야생버섯들을 랍스터, 조개 등 해산물과 함께 요리하는 식이죠. 제가 좋아하는 요리 중 albondigas con sepia라는 요리가 있는데요, 이 요리는 한 입 크기로 빚은 고기완자를 갑오징어와 어린 완두콩과 함께 부드럽게 익혀낸 스튜요리에요. 여름에는 시원한 화이트와인 한 잔과 겨울에는 부드러운 레드와인 한 잔과 함께 하면 다른 음식은 필요없는 완벽한 한끼 식사가 되곤 했답니다.
카탈루냐의 요리는 스페인 요리역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요, 그 이유는 중세시대의 유명 요리사들이 모두 이 지역 출신이었기때문입니다. 스페인에서 최초로 출간된 요리책 또한 카탈루냐 지방에서 나왔다고 하니 이 곳 사람들의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되시나요?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시장 보케리아에서도 ‘보케리아 시장에 없는 식재료는 세상 다른 어느 곳에도 없다’고 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프랑스와 붙어있어 일찍이 프랑스의 고급미식문화를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지중해를 거쳐 들어오는 다양한 민족들의 문화를 자양분삼아 자신의 문화를 세련화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정신은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코스모폴리탄의 모습을 띄며 세계각국의 이민자로 가득하고 그들의 음식문화가 현지의 음식문화와 만나 꽃을 피우고 있답니다.
00:00 카탈루냐 지방의 특징: 산과 바다
00:43 카탈루냐 지방의 레시피: 마르 이 몬타냐
01:32 카탈루냐 지방의 요리에 대한 자부심

카탈루냐는 외부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고유의 문화를 더 세련화하고 발전시켜나간다고 말씀드렸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를 들려드릴게요. 지금은 은퇴했지만 페란 아드리아 셰프가 운영하던 엘불리라는 세계1위 레스토랑이 있었습니다. 로사스라고 하는 아주 작은 해변가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는데, 구불구불한 산길을 차로 한참 내려가야 겨우 갈 수 있는 외딴 곳에 위치한 레스토랑이었지요. 일년에 반년만 문을 열었고, 오픈도 전에 이미 일년 예약은 끝났으며 세계미식가들의 순례가 그치치않던 곳입니다. 페란 아드리아셰프는 카탈루냐 토박이였고, 세계의 다양한 식재료에 대한 실험정신이 매우 강한 셰프였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음식의 텍스쳐와 형태를 만들기위해 과학자들과 협업을 하여 작업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감각도 뛰어나 화가 살바도르 달리에게 헌정하는 요리들을 창작하기도 했지요. 지금 우리가 세계최고의 레스토랑에서 경험하는 많은 음식들의 시작이 바로 페란아드리아의 열린 정신과 창조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 정신이야말로 카탈루냐 요리의 총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뭔가 대단하고 화려한 듯해서 조금 부담스러우시다고요? 제가 말씀드린 것은 바르셀로나가 지속적으로 세계미식의 중심에 서있을 수 있는 그 핵심과 정신을 알려드리기위한 거랍니다.
여러분은 지중해바다와 피레네산맥이 주는 다양한 식재료를 그냥 즐기시면 됩니다. 카탈루냐 사람들의 아침을 책임지는 pa amb tomaquet 스페인어로 판콘토마테부터 시작해보세요. 구운 빵위에 생마늘을 척척 문지르고, 촉촉하고 달콤한 토마토즙을 듬뿍 바른 후, 소금을 솔솔 뿌리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콸콸 부어 한 입 베어물어보세요. 대단한 셰프의 음식이 필요없는,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지중해음식을 드시고 계시는 거랍니다. 가장 간단한 조합이지만 각각의 신선한 재료로 최상의 맛을 내는 판콘토마테! 여기서부터 시작해보세요. 그 다음에는 마늘과 올리브유로 만든 알리올리소스를 숯불에 구운 토끼고기나 야채, 해산물과 드셔보시는거에요. 어렵지않죠? 올리브유에 생마늘을 넣어 마요네즈처럼 만든 이 소스는 은은한 마늘향이 일품이랍니다. 지중해에서 나는 온갖 해산물에 신선한 레몬즙을 살짝 뿌려 까바 한 잔과 곁들이신다면 화려한 음식을 먹지않더라도 카탈루냐 음식의 정수를 모두 느끼시는거랍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서 1월에서 3월사이 카탈루냐를 방문하시게 된다면 칼솟타다를 경험해보시길 추천드려요. 칼솟은 카탈루냐의 발스에서 나오는 양파와 대파의 중간형태의 야채인데 숯불에 겉면을 새카맣게 태운 후 그 안에 보드랍게 익은 부분을 로메스코라는 소스에 찍어먹는 음식입니다. 이 소스는 토마토와 견과류, 마늘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소스인데 한국인 입맛에 너무 잘 맞는 맛있는 소스에요.
스페인 전역에서 전세버스로 올라오는 식도락가의 행렬만 30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이 때를 놓치시면 안되겠죠? 깔솟타다 전문 레스토랑이 있는데 보통 코스요리로 드시게 되어있답니다. 칼솟과 로메스코를 무한리필로 열심히 먹고, 그 다음 카탈루냐 전통햄 부티파라 햄과 흰콩 구이를 먹은 후, 숯불로 구운 양고기와 아티초크 그리고 디저트로 구성되어있어요. 긴 식탁에 어른들이 턱받이를 하고 고개를 젖히고 소스를 흘려가며 깔솟을 먹는 모습은 진풍경이랍니다. 잊지못할 식도락의 기억이 될거에요.
00:00 페란 아드리아 셰프, 세계 1위 레스토랑 ‘ 엘불리’
01:19 카탈루냐의 아침: 판콘토마테
02:50 카탈루냐의 야채 구이: 칼솟타다

바스크지방, 그 안의 소도시 산세바스티안에 콤파스를 올려볼까요? 중심을 찍고 반경 25km의 원을 하나 그려봅니다. 차로 10분거리에 해당하는 지역입니다. 이 안에 미슐랭 별이 16개나 있습니다.
전세계에 미슐렝별이 이렇게 밀집되어있는 곳은 바스크지방의 산 세바스티안뿐이랍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바스크지방 또한 카탈루냐처럼 스페인안의 외국 같은 곳입니다. euskera라고 하는 자신들의 지역어가 더 우선시되고 정치적 독립운동도 꾸준히 활발한 곳이죠. 19세기부터 금융업과 기간산업으로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랑크 게리의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유명한 빌바오와, 미식으로 유명한 산 세바스티안이 스페인 최고의 부호도시로 부상하며 스페인 타지방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바스크인 1명이 안달루시아인의 3인분을 먹는다는 말이 있는 만큼 바스크인은 많이 먹고 많이 마시는 민족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경제가 부흥하니 있는 돈을 다 어디에 썼을까요? 빙고! 먹고 마시는데 열심히 썼고 지금도 그 상황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외부의 먹거리보다는 바스크지방에서 나는 좋은 식재료에 투자할 줄 알았습니다. 좋은 식재료에 대한 열정과 맛있는 음식을 즐기려는 식도락은 결국 훌륭한 요리가 출현할 수밖에 없는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20세기초 오감을 만족시키면서, 세련된 프레젠테이션을 중요시하는 프랑스의 누벨퀴진운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바스크의 음식문화는 비약적인 발전을 했습니다. 그 누벨퀴진운동을 받아들인 셰프가 지금의 3스타를 책임지고있는 후안마리아르삭, 마르틴베라사테기, 페드로수비하나입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기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신들의 문화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노력. 이것이야말고 전통을 가장 아름답게 지켜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00:00 바스크 지방의 소도시, 산세바스티안
01:02 바스크 지방 음식 문화 발전의 토대